[베이스볼브레이크] 김광현 “올림픽때만큼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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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7시 00분


SK 김광현은 2일 문학 KIA전에 시즌 처음 등판해 무려 356일 만에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오랜 재활훈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김광현은 신인의 자세로 다시 마운드에 서고 있다. KIA전 4회초 마운드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광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김광현은 2일 문학 KIA전에 시즌 처음 등판해 무려 356일 만에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오랜 재활훈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김광현은 신인의 자세로 다시 마운드에 서고 있다. KIA전 4회초 마운드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광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7개월만의 1군 복귀…첫승 하던 날

만원 관중 함성소리에 전율까지 느껴
조급해질까봐 그동안 1군경기도 안봐

동료들 호수비 변치않는 팀워크 확인
첫 승, 성에 안 차지만 신인처럼 시작


만원 관중의 함성이 잦아들었다. 애국가가 울렸다. 2일 문학 KIA전, 마운드 위에 선 SK 선발 김광현(24)의 호흡도 가빠졌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전율…. 이미 국제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그이지만, “베이징올림픽 때만큼 떨렸다”고 할 정도였다. 2011년 10월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첫 1군 무대. ‘돌아온 에이스’는 5이닝을 2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소중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6월 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356일 만의 승리였다.

○조급함을 내려놓다!

3월초 SK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김광현은 구슬땀을 흘리며 구시가와구장 근처를 달렸다. 당시 50∼60m 캐치볼을 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는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재활은 기다림과의 싸움. 지름길로 뛰어가고 싶지만 인내해야 부상 재발을 막을 수 있다. 3일 김광현은 “재활기간 동안에는 1군 경기의 중계방송도 잘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들이 잘 던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 오버페이스를 할까봐.” 인고의 세월은 시나브로 김광현의 어깨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에이스는 고독하지 않았다!

자기 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심리적 위축도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활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재활기간 김광현은 혼자가 아니었다. 복귀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홍남일 트레이닝코치는 마인드컨트롤에도 큰 도움을 줬다. 사실 5월 3번의 2군 등판 성적은 좋지 않았다. 2패에 방어율 7.20. 그러나 2군 코칭스태프는 꾸준히 에이스를 격려했다. 김광현은 “그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2일 복귀전에서도 팀의 도움은 이어졌다. 임훈 정근우 최정 등은 호수비로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광현은 “SK의 팀 색깔이 역시 남아있는 것 같다. 동료들이 많이 집중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처음처럼

천하의 선동열 KIA 감독도 “현역시절 개막전 때만큼은 긴장이 됐다”고 했다. 이어 김광현에 대해 “첫 등판치고는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김광현 본인은 자신의 투구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사람이 제일 좋았던 때를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 때랑 비교하면 1%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신인 때의 마음으로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등판 이후 근육이 다소 뭉치긴 했지만, 김광현이 다음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만수 SK 감독은 “에이스는 팀을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며 ‘김광현 효과’를 기대했다. 김광현은 “앞으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투구수를 늘려가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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