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허경민 ‘승리 수호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올해 첫 1군… 공수 맹활약
두산, 서울라이벌전 첫 승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은 오후 4시 30분 현장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만7000석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

만원 관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7회말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2아웃을 잡은 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유강남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연속으로 세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수에게 가장 나쁘다는 밀어내기 실점이었다.

스코어는 두산이 6-3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LG로 넘어가 있었다. 2사 만루 상황이라 큰 거 한 방이면 단숨에 동점이었다.

타석에 선 이진영은 끈질겼다. 볼을 끝까지 보면서 승부를 풀 카운트까지 몰고 갔다. 노경은이 던진 7구째 슬라이더(시속 136km)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진영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딱 하는 타구음과 함께 공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강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어느 샌가 달려온 2루수 허경민(사진)이 팔을 쭉 뻗었고 공은 거짓말처럼 허경민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산을 살린 ‘더 캐치(The Catch)’였다.

허경민의 활약은 공격에서도 빛났다. 9번 타자로 출전한 허경민은 1-0으로 앞선 2회 1사 1, 3루에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타점을 올렸고, 5-2로 앞선 6회 1사 1, 2루에서도 좌익선상 2루타로 소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몸에 맞는 볼. 허경민은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무명이지만 고3이던 2008년 김상수(삼성), 오지환(LG), 안치홍(KIA), 이학주(탬파베이) 등 국내외를 누비는 스타들과 함께 ‘고교 5대 유격수’에 포함됐던 유망주였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돌아온 올해 오재원과 고영민 등 주전 2루수들의 부상 공백을 깔끔히 메워 두산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이미 늦었지?” 한화 유격수 이대수(왼쪽)가 4일 대구 삼성전에서 3회말 정형식의 땅볼을 잡아 2루에서 손주인을 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미 늦었지?” 한화 유격수 이대수(왼쪽)가 4일 대구 삼성전에서 3회말 정형식의 땅볼을 잡아 2루에서 손주인을 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두산은 허경민의 활약과 선발 김선우의 6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LG를 6-3으로 꺾고 이틀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SK는 3-3 동점이던 8회말에 터진 박재홍의 결승 2점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5-3으로 이겼다. 한화는 삼성에 7-1로 승리했다.

KIA와 넥센은 12회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KIA는 3일 SK 경기에 이어 또 비겨 1986년 9월 8, 9일 MBC(LG의 전신) 이후 역대 두 번째로 2경기 연속 12회 연장전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야구#프로야구#두산#허경민#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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