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 대호, 굿굿! 투수들 집중견제 속 2호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볼넷 14개로 센트럴리그 2위… 힘겨운 싸움에도 흔들림 없어
돌아온 이승엽은 연일 홈런쇼, 두 선수의 뒤바뀐 운명 흥미

이승엽(삼성)에게 지난해 4월은 잔인했다. 맘고생이 심했던 요미우리를 떠나 오릭스로 이적했지만 4월 말까지 타율 0.148에 1홈런, 5타점에 불과했다. 반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대호(현 오릭스)는 타율 0.341에 4홈런, 16타점을 몰아치며 이름값을 했다.

그랬던 둘의 운명이 1년 만에 거짓말처럼 뒤바뀌었다. 일본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는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반면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4할대 타율(0.406)에 5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 부진이라 말할 수 없는 이대호

둘의 성적이 1년 만에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양국 투수들 간의 수준 차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등에서 한국이 종종 일본을 꺾었지만 그건 단기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의 에이스급 투수는 일본의 1, 2선발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3선발 이하 투수들은 제구력이나 변화구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승엽이나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등 일본 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은 “일본에선 패전처리 투수들을 상대로도 홈런을 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대개의 홈런은 실투에서 나온다. 몸쪽이나 바깥쪽으로 제대로 제구된 공을 홈런으로 연결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를 상대로 던지는 공엔 실투가 거의 없다. 집중 견제를 하면서 던지기 때문이다.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칠 테면 치고 말 테면 말라’는 식으로 요리조리 피해 던진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30일 현재 볼넷을 14개나 골랐다. 퍼시픽리그 단독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롯데에선 이대호를 걸러 보내면 홍성흔이나 강민호를 상대해야 했다. 그렇지만 팀 타율이 6개팀 중 5위인 오릭스에선 이대호의 뒤를 받칠 선수가 별로 없다. 이대호로선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타격폼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렇다. 조급해하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본다. 30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는 7회 후지타 다이요의 실투성 투구(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시즌 2호 홈런도 때렸다. 4-4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홈런이자 인내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오릭스는 이날 9회 말 발데리스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 홈런 스윙으로 돌아온 이승엽

홈런의 대명사였던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4번 타자로 41개의 홈런을 쳤다. 30홈런도 두 번(2005, 2007년)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부상에 따른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작아졌다. 홈런 스윙이 아니라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한 짧은 스윙을 했던 것이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도 예전의 호쾌한 스윙을 되찾는 것이었다. 겨우내 훈련한 효과는 시즌 시작과 함께 빛나고 있다. 그가 날린 5개의 홈런은 대부분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해서 얻은 결과다. 니퍼트(두산), 로페즈(SK), 바티스타(한화) 등 홈런을 친 상대 투수 역시 에이스급이다. “홈런 30개는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이대호와 이승엽의 홈런레이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대호#이승엽#일본야구#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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