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애틀 김선기 “빅 리그, 3년만 기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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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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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빅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일본의 야구영웅 이치로 스즈키과 뛰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에는 유독 동양인 선수가 많다. 이치로를 비롯해 가와사키, 이와쿠마 등이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팀을 떠났지만 추신수와 백차승도 시애틀의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비록 빅리그는 아니지만 최지만과 김선기도 소속이다. 두 선수 좋은 신체조건과 재능을 갖고 있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중 투수인 김선기는 세광고 재학 시절부터 주목 받던 유망주였다. 고교시절부터 당당한 체격(188cm/90kg)과 140대 중반의 빠른 직구를 자랑했다.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김선기는 2010년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입단 첫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4.9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9경기에 등판했지만 2승 4패 4.53으로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시애틀은 김선기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김선기를 영입한 시애틀 매리너스 아시아담당 스카우트 제이미 스토벅스는 “김선기는 나이(20세)도 어리고 매우 성실한 선수다. 특히 유연한 투구 폼 때문에 잔 부상이 없는 점이 매력이다. 팀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진출 3년째를 맞고 있는 김선기를 미국현지에서 만났다.

“반드시 3년 안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힌 그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김선기와의 일문일답>

-야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 유치원에 다니기도 전인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석교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럼 아버지한테 처음 야구를 배운 것인가.
: 그렇다.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나와 형중 한 명은 야구선수로 키우려는 계획이 있으셨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상이 없다. 몸 관리를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유연한 투구 폼 때문인 것 같다. 코치들도 내 폼을 보고 그런 말을 자주 한다. 부상 때문에 아쉽게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를 많이 봤다. 그래서 평소에 부상당하지 않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빅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빅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미국진출 첫 해인 2010년에 루키리그에서 6승 2패로 호투했다. 하지만 싱글A로 상승한 작년에는 2승 4패로 주춤했다. 싱글 A와의 격차 때문인가.
: 아니다. 싱글 A에서도 충분히 잘 던질 자신이 있다. 다만 미국선수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그들을 배려하다 투구밸런스를 잃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고교시절 던졌던 구종이 직구, 커브, 슬라이더 뿐이다. 단조로운 편인데 새로 장착한 변화구가 있나.
: 현재 서클체인지업을 익히고 있다. 80% 정도 완성됐다. 투심도 연습 중이다. 시즌 중반부터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교시절 145km의 빠른 공을 뿌렸다. 프로가 된 지금 구속은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가.

: 고2때 이미 145km를 던졌다. 그러다 미국에 처음 와서 150km를 던졌고 지금도 그 정도 구속은 나오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153~155km까지 오를 것이다.

-누구든지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미국진출 당시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도 변함없는가.
: 그렇다. 미국진출 첫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갔더니 사람들이 ‘성공도 못했는데 왜 왔냐’고 놀렸다. (웃으며) 비자갱신문제 때문에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 갈 수밖에 없다. 이해해달라.

-닮고 싶거나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에라스모 라미레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덩치는 작은데 자신감이나 배짱이 매우 좋다. 같은 투수로서 그의 성격을 닮고 싶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 좋은 투수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10승과 더불어 많은 이닝을 소화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만약 본인이 등판하는 경기에 여자 연예인 시구자를 직접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 (웃으며) 아이유가 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야구 외에 잘하는 특기나 취미는 무엇인가.
: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다. 자랑 같지만 고등학교 때 축구를 아주 잘했다. 취미로는 음악을 즐기는 편이다.

-운동선수답지 않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평소 본인의 성격은 어떤 편인가.

: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다.

-마운드 위에서도 비슷한 성격인가.
: 그런 것 같다. 위기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당시에 생각했던 메이저리그와 본인이 미국에 와서 직접 본 메이저리그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한국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를 매우 어렵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경험해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언제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 부상만 없다면 3년 안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자신 있다.

-문화, 언어, 음식 등 외국생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야구선수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언어문제 때문에 동료선수들과의 소통부재가 아쉽다. 다른 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운동 후 여가시간에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 주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고 시간이 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거나 책을 읽는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 생각만 해도 깜깜하다. 내가 뭘 했을까? (잠시 생각하다) 아마 동급생들처럼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고 있을 것 같다.

-동기 중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나.

: 동기(세광고)가 14명 정도되는데 아쉽게도 다들 야구를 접었다. 같은 나이또래의 선수로는 안승민(한화) 문성현(넥센) 등이 있다. 1군에서 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이왕 미국에 왔으니 여기에서 성공하고 싶다.

-투수로서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장점이라면 도망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즐기는 것이다. 약점이라면 제구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려면 제구력과 레퍼토리 다양화를 이뤄내야 할 것 같다.

-미국에 진출한 걸 후회한 적이 있는가.
: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영어가 짧아 의사소통이 잘 안될 때 답답하다.

-그렇다면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있는가.

: 매우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고 다양한 코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을 때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애틀에 오면서 많은 계약금(43만 달러)을 받았다. 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계약금 대부분은 가족의 집(아파트)을 구입하는데 사용했고 일부 나머지 돈은 부모님이 관리하신다.

-마지막으로 김선기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팬들의 성원에 감사 드리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멋지게 공을 던지겠다. 꼭 이뤄낼 테니 꼭 지켜봐 달라!

애리조나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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