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성적만 좋아진다면…” 숨은 일꾼 야구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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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스포츠레저부 기자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기자
김병현(넥센)의 거침없는 투구는 가슴 시원했다. 박찬호(한화)는 연일 후배 타자들에게 난타 당했지만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즐거웠다. 7일 개막하는 프로야구가 시범경기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에 복귀한 덕분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지난 해 680만 관중을 넘어 700만 명을 돌파할 기세다.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건 단장(團長) 몫이다. 8개 구단 단장은 올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성적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지난해 하위권에 머문 팀의 단장들은 올해 4강 진출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LG와 한화는 지난해 공동 6위였다. LG는 9년 연속 가을잔치(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화도 2008년 이후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 시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LG 백순길 단장은 올해 ‘운영팀장’까지 겸임했다. 극히 이례적인 선택이다. 올 시즌 LG 구단의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보인 거다. LG는 지난해 시즌 막판 박종훈 감독이 경질됐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은 다른 팀으로 떠났다. 그러나 백 단장은 의연했다. 젊은 지도자 김기태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 고참 이병규에게는 “네가 받고 싶은 연봉을 말해보라”며 마음을 열게 했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 조작 파문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을 때 “선수들을 믿는다”며 끝까지 감싸 안은 것도 그였다.

한화 노재덕 단장은 선수단을 ‘공동운명체’로 봤다. 성적이 뛰어났다고 너무 후하지도, 부진했다고 너무 박하지도 않았다. 국내 최고 연봉(15억 원)을 받은 김태균만 열외였을 뿐 나머지 선수는 A, B, C그룹으로 나눠 연봉을 고루 배분했다. 8개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 노 단장은 “일부에서 불만이 있었지만 ‘올해 팀이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뒤 제대로 보상받자’며 선수들을 다독였다”고 했다. 팀워크를 위한 양보를 요구한 거였다.

다른 하위권 팀 단장도 살신성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위 두산 김태룡 단장은 해외 전지훈련장에서 선수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겼다. 8위 넥센 조태룡 단장은 김병현 영입과 광고 스폰서를 챙기느라 백방으로 뛰었다.

단장은 선수단의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올해 프로야구에 지난해 하위권 팀들의 ‘반란’을 기대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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