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대신 퇴물스타 영입… 빌리 빈 ‘머니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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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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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 장기화에 초조감… 라미레스 등 한물간 선수 집착
“조급증 버리고 초심 돌아가야”

‘머니볼(Moneyball)’ 정신을 잃어버린 것인가.

머니볼 신화를 창조했던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50·사진)의 구단 운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머니볼은 이름값보다는 저평가된 유망주를 영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핵심은 타율보다는 OPS(출루율+장타력)를, 평균자책보다는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웃카운트를 늘릴 가능성이 높은 희생번트와 도루도 지양한다. 야구 저술가 빌 제임스가 정립한 이론이다.

빈 단장은 이를 적용해 만년 꼴찌였던 오클랜드를 2002년 미국프로야구 사상 첫 20연승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팀은 포스트시즌에까지 진출했다. 몸값 비싼 팀의 주축 선수를 모두 내보내고 새로 뽑은 유망주들로 성적을 냈기에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이 과정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엔 오히려 빈 단장에 대한 의구심과 비난이 커지고 있다. 성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는 2006년을 마지막으로 2007년부터 포스트시즌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최하위권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개 팀 중 3위에 머물렀다.

게다가 빈 단장은 지난 시즌 후 외야수 코코 크리스프(33)와 2년 동안 1400만 달러(약 158억 원)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도루(2011시즌 49개)는 많지만 출루율(0.314)은 평범한 크리스프와 대형 계약을 맺은 것은 머니볼 이론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연봉 5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의 헐값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금지약물 복용으로 100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뒤 은퇴를 선언한 매니 라미레스(40)를 영입한 것도 논란거리다. 대졸 유망주를 선호하던 빈 단장이 실패를 거듭하자 한물간 스타들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재우 OBS 해설위원은 “라미레스는 선구안이 좋지 않다.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할지도 의문이다”라며 “빈 단장의 머니볼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방향을 잃었다. 올 시즌도 최하위권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송 위원은 “빈 단장이 머니볼 신화를 재현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네소타처럼 유망주를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야 한다. 미네소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하게 주전의 절반가량을 팜(마이너리그)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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