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단신 166cm ‘스머프 반바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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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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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부리그 출신 원지승, 모비스 지명받아 꿈 뭉게뭉게

중학교 1학년 선수와 함께… 지난달 31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2군 1순위로 모비스에 뽑힌 원지승(오른쪽)은 국내 프로농구 역대 최단신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모비스 본사에 들러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곧장 본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휘문고 체육관을 찾은 원지승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원지승(166.5cm)의 머리에 농구공 하나를 얹어야 휘문중 농구부 1학년 이상현(194cm)과 키가 
비슷해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중학교 1학년 선수와 함께… 지난달 31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2군 1순위로 모비스에 뽑힌 원지승(오른쪽)은 국내 프로농구 역대 최단신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모비스 본사에 들러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곧장 본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휘문고 체육관을 찾은 원지승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원지승(166.5cm)의 머리에 농구공 하나를 얹어야 휘문중 농구부 1학년 이상현(194cm)과 키가 비슷해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별명을 물으니 “스머프 반바지”라며 웃는다. 작기만 한 스머프에 반바지라니…. 지난달 31일 2012 한국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2군 1순위로 모비스의 지명을 받은 원지승(23)이다. 그의 키는 166.5cm로 국내 프로농구 역대 최단신이다.

20일 대학농구 2부 리그에 속한 초당대를 졸업하는 그의 드래프트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도전장을 낸 2010년에는 아무도 그를 뽑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도 지명 받지 못하면 머리 깎고 군대에 가려고 했다.

“이번 드래프트 때 키를 재니 2년 전보다 1.5cm가 더 컸더라고요. 하하하.” 취업 성공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산 원지승은 중고교 때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별짓을 다해도 안 되더니 스무 살이 넘어 키가 컸다는 게 신기한 듯 얘기했다. “우유 많이 마시면 키 큰다고 누가 그랬어요? 말짱 거짓말이에요.” 그는 우유를 하루에 1.5L씩 마셨다. 키 크는 데 효과가 있다는 보약도 가리지 않고 엄청 먹었다. 고교 때도 잠에서 깨면 어머니가 키 크라고 팔다리를 쑥쑥 잡아당겼다. 잠을 많이 자야 키가 큰다는 소리에 오후 10시 전에는 웬만하면 불을 껐다. 키가 작은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다. 아버지가 160cm, 어머니와 누나는 155cm다. “그래도 우리 집안에서는 내가 최장신이에요. 하하하.” 그는 작은 키로 농구를 하다 보니 자신에게 쏠리는 원치 않는 시선에 대해 이골이 난 듯 “이제는 콤플렉스도 잘 안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딱 175cm만 되어도 펄펄 날아다닐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키가 작아 제일 답답할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상대 패스가 어디로 갈지 보일 때가 있어요. 그걸 간파하고 점프했는데 키 때문에 공이 제 머리 위로 휙 지나가버릴 때는 미쳐버리죠. 열도 받고 짜증도 나고….” 단신을 극복하려고 남들이 안 하는 훈련을 따로 하는 건 없다고 한다. 그 대신 훈련량은 남들보다 많다. “다리가 긴 선수들이 한 걸음에 갈 걸 저는 두 걸음에 가니까 체력훈련을 더 많이 해야죠.”

그는 “2부 리그 선수도 열심히 하면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1분을 뛰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대학농구 2부 리그 출신 중 프로농구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목포대를 졸업한 인삼공사의 박상률(31)이 유일하다. 한국대학농구연맹은 선수 스카우트와 팀 운영 능력, 연간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 2부로 나눠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명가드 출신인 강동희 동부 감독이 “기술적으로는 드래프트 참가자 중 제일 뛰어나다. 모비스가 뽑지 않았으면 우리가 뽑았을 것이다”고 말했을 만큼 원지승의 가드 자질은 이미 검증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박민우 채널A 기자 mim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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