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의 홈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라커룸에는 암을 이겨낸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명언이 붙어 있다. 개막 후 14경기 동안 홈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최하위 삼성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10일 모비스전에서 ‘역대 홈 최다 연패’란 불명예 기록을 끊으려는 삼성의 절실함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재활 중인 주장 이규섭은 경기에 나설 순 없었지만 “팬들을 위해 반드시 연패를 깨자”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가드 이시준은 링거를 맞고 코트에 섰다. 용병 아이라 클라크는 “2005년 부산에서 태어난 아들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 경기장을 찾았다. 아들에게 꼭 승리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승리에 목마른 삼성의 분위기를 감지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연패 팀과의 경기가 오히려 불안하다. 선수들이 긴장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삼성의 간절함이 하늘을 움직였나 보다. 삼성이 모비스를 88-81로 잡고 지긋지긋한 홈 14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7연패에서도 탈출했다. 시즌 7승째(29패)를 거둔 삼성은 9위 오리온스를 3경기 차로 추격했다.
삼성은 경기 초반부터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전반에 모비스에 15점 차(43-28)로 앞섰다. 가족 방문에 힘을 얻은 클라크(29득점 10리바운드)는 전반에만 19점을 폭발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이승준(26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도 2쿼터 중반 상대 수비를 달고 덩크슛을 터뜨리는 등 분위기를 띄웠다.
모비스는 3쿼터 후반부터 중거리슛을 앞세워 추격전을 펼쳤지만 삼성의 조직적인 플레이에 막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김상준 삼성 감독은 “가드 이관희가 상대 포인트가드 양동근을 잘 묶은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팬들에게는 아직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부산 원정에서 문태종의 역전 버저비터 3점슛에 힘입어 KT에 76-74로 이겼다. 시즌 19승째(17패)를 거둔 5위 전자랜드는 4위 KCC를 3경기 차로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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