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 받아든 최강희, 대표팀도 닥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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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독에 단독추천… 월드컵 본선까지 임기 보장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21일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한 최 감독이 ‘봉동 이장’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는 밀짚모자 차림으로 팬들을 향해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봉동 이장’은 부드럽고 푸근한 그의 이미지 때문에 붙은 별명으로 전북 현대 선수단 숙소가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다.동아일보DB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21일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한 최 감독이 ‘봉동 이장’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는 밀짚모자 차림으로 팬들을 향해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봉동 이장’은 부드럽고 푸근한 그의 이미지 때문에 붙은 별명으로 전북 현대 선수단 숙소가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다.동아일보DB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52)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 감독을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선임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 이로써 7일 조광래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조난을 당한 한국 축구는 2주일 만에 새 선장을 맞았다.

○ 독배인 줄 알면서 왜?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은 1%도 없다. 프로팀에서 선수들과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체질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자신이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된 최근까지 “분명히 말하는데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독배를 받아 들었다.

한국 축구는 내년 2월 29일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패하면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최 감독은 삼고초려의 자세로 도움을 구하는 축구협회를 인간적으로 외면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최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 세 차례나 만났다”고 했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1980년대 중반 현대 감독일 때 최 감독은 선수로 뛰었다. 조 회장은 그를 애제자로 각별히 아꼈다. 축구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전 고문인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전북 현대 감독인 그를 설득해 거절하기가 힘들지 않았겠느냐는 ‘현대가의 입김’을 언급하는 이도 있다.

○ 원 포인트? 롱 릴리프? 마무리?

황보 위원장은 “감독을 언제까지 맡을지는 정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 감독이 쿠웨이트전에서만 벤치에 앉는 일회용 감독인지 아니면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지휘봉을 잡을지에 궁금증이 쏠렸다. 잘나가던 클럽팀 감독 자리를 포기하고 생각에 없던 대표팀 사령탑을 떠맡았는데 임기도 보장해 주지 않고 발표부터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가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그때까지 임기를 보장할 방침이다”라고 밝히면서 정리가 됐다.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아시아지역 3차와 최종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브라질 월드컵 때까지 A매치가 거의 없어 최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을 예정이다.

○ 대표팀도 닥공?

최 감독은 올 시즌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앞세워 전북 현대를 2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공격 축구 전도사인 그가 맡은 대표팀은 어떻게 될까. “대표팀은 클럽팀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대표팀과 전북은 선수 구성이 다르다. K리그에서 전북의 위상과 세계 축구에서 한국의 위상도 다르기 때문에 최 감독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하면 끝장이 나는 대표팀을 한두 경기 져도 만회가 가능한 클럽팀처럼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이동국을 2009년 성남에서 전북 현대로 영입해 완벽한 부활을 도운 최 감독이 이동국을 다시 대표팀에 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 이번에도 기술위원회는 들러리?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열지 않고 조광래 전 감독을 갑자기 경질해 절차상의 하자와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을 샀다. 최 감독을 추천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을 냈다. 21일 기술위원회에서 후임 감독 인선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지만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최 감독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다는 게 사실상 결정돼 있었다. 최 감독 내정 사실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 일부 기술위원은 “이럴 거면 회의를 왜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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