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유소년팀 관리 시스템 현장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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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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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키운다고? 우린 먼저 인간을 키운다”

2일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과 평가전을 하기 위해 스페인을 찾은 한국 12세 축구 꿈나무들이 바르셀로나 훈련장에서 바르사 유소년팀 코치로부터 드리블 기술을 배우고 있다. 바르셀로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일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과 평가전을 하기 위해 스페인을 찾은 한국 12세 축구 꿈나무들이 바르셀로나 훈련장에서 바르사 유소년팀 코치로부터 드리블 기술을 배우고 있다. 바르셀로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난해 초 한국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바르사) 유소년팀에 입단한 백승호(14)와의 인터뷰는 거절당했다. 알베르트 부이츠 바르사 유소년팀장은 “백승호는 5월 우리와 5년 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프로가 된 상태다. 모든 인터뷰는 우리를 통해야 하는데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인터뷰를 허락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유망주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 우쭐해져 제대로 된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날아왔지만 “조금 더 성장하면 기회를 주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세계 최고의 팀답게 바르사 유소년팀은 월드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잘 갖췄다. 7세부터 18세까지 연령별로 8개 그룹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기술축구를 전수하고 있다.

바르사는 7세부터 12세까지는 5개 그룹으로 나눠 7인제 축구를 가르친다. 프레벤하민(7∼8세), 벤하민 C, D(8∼9세), 벤하민 A, B(9∼10세), 알레빈 C, D(10∼11세), 알레빈 A, B(11∼12세). 각 그룹 수준별로 11명을 엔트리로 해 좁은 공간에서 볼을 다루고 패스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키운다.

12세부터는 그라운드 전체를 쓰는 11인제 축구를 본격적으로 가르친다. 인판틸 A, B(12∼14세), 카데테 A, B(14∼16세), 후베닐 B(16∼18세). 각 그룹 수준별로 20, 21명이 엔트리다. 18세를 넘어가면 본격 프로가 된다. 16세부터 1군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7인제 때는 주 3일 훈련을 한다. 11인제에서는 카데테까지 주 4일 훈련, 후베닐은 5일 훈련을 한다. 훈련은 하루 한 번 오후 7시 이후에 하며 1시간 30분을 넘지 않는다. 모든 그룹은 주말에 홈 앤드 어웨이 리그 경기를 한다. 각종 국제대회에도 자주 출전한다. 8월 인판틸 A에 입단한 이승우(13)와 장결희(13)는 “훈련이 너무 재밌다.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들과 훈련하고 경기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매년 평가해 기대 이하인 선수는 가차 없이 솎아 낸다. 백승호의 어머니 김미희 씨는 “승호 친구가 매년 8명 이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좀 더 나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시스템을 통해 매년 새로운 유망주를 선발한다. 바르사 유소년팀에 있어도 1군 선수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2∼4년에 1명꼴로 1군 선수가 탄생한다. 리오넬 메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은 이 바늘구멍을 통과해 세계적 선수가 됐다.

부이츠 팀장은 “바르사는 선수가 아닌 인간을 키운다”고 말한다. 즐거움, 교육, 가족과의 화합, 사회와의 조화 등 4가지 항목이 선수를 키우는 목표다. 18세까지는 모든 선수가 학교에 가야 하며 별도로 인성교육도 받는다. 부이츠 팀장은 “축구도 잘해야 하지만 평상시 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프로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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