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추락과 국제대회 성적 부진에서 탈출하려는 프로농구는 추악한 관행으로 곪아터진 상처를 서둘러 봉합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한국농구 최고의 가드였던 김승현(33)이 소속팀 오리온스와 법정다툼을 끝내고 코트로 돌아온다. KBL은 24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11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김승현의 복귀를 허용했다.
김승현과 오리온스는 2006년 샐러리캡을 무시하고 5년간 연봉 10억5000만원의 이면 계약을 맺었다. 이후 오리온스가 부상과 부진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를 삭감하면서 법정 다툼이 계속됐다. 법원은 오리온스가 계약대로 연봉을 다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임의탈퇴 공시효력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결국 김승현은 12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복귀를 허용하고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오리온스는 이를 받아들였고 양측 변호인은 합의서를 작성해 KBL에 제출했다.
24일 한선교 KBL 총재는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농구 발전과 흥행, 팬들의 열망을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김승현의 복귀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비난은 총재인 제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함께 자리한 김승현은 “복귀를 받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서른 셋 살면서 할 줄 아는 것은 농구뿐이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죄송할 뿐이다. 만회할 길은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며 고개 숙여 사죄했다. 이어 “그동안 등산을 꾸준히 했지만 공을 많이 만지지 못했다. 그래도 2주 정도면 코트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뛸 수 있다. 김승현표 농구를 다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도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함께 사죄하며 “3개 구단에서 김승현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김승현과 12월 8일 이전에 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 보내기 전에 몇 경기 뛰게 할 수도 있지만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카드만 맞으면 최대한 빨리 트레이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