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전쟁’ 프로야구 FA 시장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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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전쟁' 서곡이 울린다. 정규리그는 끝났지만 스토브리그가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한다. FA 자격을 처음 얻는 선수와 재취득·자격 유지 선수를 합쳐 총 28명이 대상자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6~8일 KBO에 FA 신청을 한 뒤 9일 공시를 거쳐 10일부터 협상을 시작한다. 보상 규정 등이 까다로워 이동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지난해보다는 훨씬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평가받기 위해 시장으로 나올 전망이다. 작년에는 4명이 FA를 선언해 이 중 2명(LG 박용택, 삼성 배영수)만 소속 구단과 재계약했다.

지난해와 달리 대어들도 즐비하다. 투수로는 SK 정대현, 두산 정재훈, SK 이승호(20번), 타자로는 LG 이택근, 롯데 조성환 등이 새로 자격을 얻었다. 두산 김동주, 삼성 진갑용, LG 조인성, SK 박경완 등 베테랑들은 FA 자격을 다시 얻었고 LG 마무리 송신영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 등을 고려하면 움직이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이름들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의 시장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롯데 이대호의 이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타율 0.357, 27홈런, 113타점, 176안타, 출루율 0.433을 기록하며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에 올랐다.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달성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성적이지만 한국 최고의 타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선수다.

이대호는 일단 "적절한 대우를 해준다면 롯데에 남겠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 역시 "무조건 잡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적절한 대우가 어느 수준이냐는 것이다. 이대호는 평소 "매년 연봉 계약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고 말해왔다. 섭섭함을 완전히 풀어줄 정도가 아니라면 롯데를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총액 기준 FA 최고 대박은 2005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기며 받은 4년 60억 원(표 참조)이다. 현재까지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SK 박진만이 받은 금액도 만만치 않다. 심정수와 나란히 삼성으로 옮기면서 39억 원을 챙겼던 박진만은 자격을 다시 얻은 2008년 말 1년 12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FA 계약으로만 총 51억 원을 벌어 들였다.

2004년 심정수의 연봉이 6억 원이었고 이대호는 올 시즌 6억 3000만 원을 받았다. 이미 일본 오릭스가 2년 계약에 5억 엔(약 71억 원)을 제시한 상태라 롯데가 이대호를 잡으려면 역대 최고액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KBO는 지난해 1월 야구 규약 162조를 개정해 'FA 계약에 한해 다년 계약을 인정하며 연봉과 계약금 지급은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한때 계약금과 다년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전년 연봉을 50% 이상 넘지 못하게 한 것에 비하면 사실상 무한대로 베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대호는 롯데에 남을까 다른 구단을 택할까. 아니면 일본으로 진출할까. 스토브리그의 시작이 어느 해보다 뜨겁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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