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PGA투어 챔피언십서 아쉬운 공동 3위… 우승컵 든 빌 하스, 페덱스컵까지 거머쥐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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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프에 빠져버린 1000만 달러

232야드의 18번홀(파3). 최경주(41·SK텔레콤)가 하이브리드클럽으로 친 티샷이 그린 왼쪽 짧은 러프에 떨어졌다. 클럽하우스 리더(경기를 먼저 끝낸 선두)였던 빌 하스(미국)와는 1타 차. 동타를 이루려면 버디가 필요했다. 17번홀(파4)에서 22야드 칩인 버디를 낚으며 갤러리를 열광시켰던 그는 비슷한 거리에서 회심의 칩샷을 날렸으나 핀을 향해 구르던 공은 홀 2m 전방에서 멈췄다. 최경주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딱 1타가 부족했다. 26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최경주는 7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와 144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동시에 노릴 수 있었던 연장전에 1타 차로 오르지 못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최경주는 41만8667달러의 상금에 플레이오프 랭킹 11위에 따른 보너스 30만 달러를 받게 됐다. 세계 랭킹 16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8번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드로 구질의 티샷을 구사했으나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면서 오른쪽 러프 지역의 맨땅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겨 깊은 러프에 빠졌다. 네 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렸으나 3m 남짓 보기 퍼트마저 실패했다. 최경주는 “우승 상금 1000만 달러를 의식해 가끔 압박이 찾아와 몇 번 실수가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페덱스컵 리셋 포인트가 최경주(13위)보다 낮은 25위였던 하스가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1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막판까지 흥미를 끌기 위해 플레이오프 성적에 따른 리셋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평소 성적을 무시한 채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인트 랭킹 1위였다가 이번 대회 공동 22위의 부진으로 포인트 랭킹 2위로 밀려난 웹 심슨(미국)은 “진정한 최고 선수를 가리는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우리가 구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29일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위해 27일 귀국하는 최경주 역시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순간은 많았지만 잊지 못할 한 해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PGA투어를 마감한 그는 올 시즌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과 투어챔피언십 선전 등으로 22개 대회에서 상금 443만 달러를 벌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25개 대회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58만 달러를 기록한 2007년에 버금가는 제2의 전성기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연못서 건져올린 1000만 달러 ▼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1000만 달러의 우승 보너스를 받게 된 빌 하스는 골프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는 PGA투어에서 아홉 차례나 우승한 제이 하스다. 삼촌인 제리 하스는 1994년 네이션와이드 투어(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뒀고 1985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1위까지 올랐다. 이번 대회 캐디로 나선 제이 하스 주니어는 프로 골퍼 출신으로 빌 하스의 친형이다.

어릴 적부터 골프와 익숙했던 하스는 2004년 웨이크포리스트대 4학년 때 1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04년 프로로 전향한 뒤 한동안 부진했지만 2006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PGA 무대에 진출했다.

하스는 2010년 밥 호프 클래식과 바이킹 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최고의 보너스가 걸린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스는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연장전 두 번째 홀인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연못 가장자리에 떨어뜨려 위기를 맞았지만 연못에 한 발을 담근 채 물에 반쯤 잠긴 공을 그린 위에 올린 뒤 파를 잡아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스는 이 샷에 대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쳤다.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샷이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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