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美골프 소녀, LPGA 61년 역사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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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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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프슨, 나비스타 우승, 사상 최연소 챔프 등극… 180cm장신에 금발
드라이버 평균 276야드… 12세때 US오픈 본선 진출도

《2남 1녀 중 막내딸인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공주 대접과는 거리가 멀었다. 치과 사무원으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부모님을 대신해 열세 살이나 많은 큰오빠 밑에서 자랐다. 작은오빠와는 세 살 차이였다. 골프 선수인 큰오빠 덕분에 집이 골프장 페어웨이를 끼고 있었기에 두 동생은 골프놀이에 매달렸다. 심심풀이 게임은 아니었다. 퍼트와 칩샷 내기를 해 지는 쪽이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작은오빠를 이기려는 마음에 어릴 때부터 승부근성을 키웠다. “내 장타는 오빠와 경쟁하며 멀리 치려고 노력했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후일 폭발적인 비거리를 갖춘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16세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19만8000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은 톰프슨은 천재성과장타력, 대담한 승부근성을 갖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프랫빌=AFP 연합뉴스
16세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19만8000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은 톰프슨은 천재성과장타력, 대담한 승부근성을 갖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프랫빌=AFP 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새 역사를 쓴 16세 천재 소녀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이었다.

톰프슨은 19일 미국 앨라배마 주 프랫빌 RTJ 골프 트레일(파72)에서 끝난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1995년 2월 10일생으로 홈 스쿨링을 통해 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그는 16세 7개월 8일의 나이로 역대 LPGA투어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LPGA투어 61년 역사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은 1952년 새러소타 오픈에서 말린 해그(미국)가 기록한 18세 14일이었는데 당시 경기는 1라운드로 치러졌다. 2라운드 이상의 멀티 라운드 최연소 우승 기록은 폴라 크리머(미국)가 2005년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기록한 18세 9개월 17일이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스콧 톰프슨은 “눈물을 겨우 참았다. 이보다 더 딸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기뻐했다. 큰오빠 니컬러스는 2006년 PGA투어 멤버가 돼 현재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다. 작은오빠 커티스는 루이지애나주립대 골프부 장학생이다.

톰프슨의 등장에 미국 골프계는 흥분하고 있다. 원조 천재 소녀였던 미셸 위가 우승한 것은 20세였다. 타이거 우즈 역시 미국프로골프투어 첫 승은 20세에 했다. 최근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LPGA투어는 스폰서 기근과 침체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180cm의 큰 키에 금발, 실력까지 갖춘 톰프슨의 가세를 대형 호재로 반겼다.

다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한 톰프슨은 일찍이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열두 살 때인 2007년 US여자오픈에서 사상 최연소로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열네 살 때 이 대회 1, 2라운드에 공동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톰프슨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76.63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장타 1위 대만의 청야니(271.13야드)를 압도했다.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선 327야드를 날린 적도 있다. 장타 비결은 큰 어깨 회전과 하체가 리드하는 다운스윙이 꼽힌다. 골프다이제스트 분석에 따르면 톰프슨은 테이크 어웨이 단계부터 어깨 턴을 이용해 백스윙을 낮고 길게 빼주며 엉덩이 회전은 최소로 줄여 상체와 하체의 꼬임을 극대화한다. 백스윙 톱에서 골반을 왼쪽으로 틀어주면서 강력한 다운스윙에 들어간다. 톰프슨의 사용 드라이버는 코브라 S2로 8.5도 로프트에 샤프트 플렉스는 S다.

지난해 6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18세 이상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LPGA투어 나이 제한 규정에 걸렸다. 하지만 투어 측의 특별 허용으로 올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해 1차 예선을 10타 차 1위로 통과했다. LPGA투어 비회원 우승자에게는 다음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지만 연령 제한에 따라 Q스쿨에 합격해야 투어에서 뛸 수 있다. 검증된 그에게 특례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톰프슨의 돌풍에 막혀 코리아 군단의 통산 100승 도전은 또 실패로 끝났다. 재미교포 티파니 조가 5타 차 2위에 머물렀다. 전날 2위였던 이미나(KT)는 공동 6위(9언더파)에 그쳤다. 다음 대회는 10월 7일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하나은행챔피언십이다.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은 홈 팬 앞에서 100승 정복을 노리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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