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지금 상태로는 최형우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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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7시 00분


부상 탓 밸런스 깨지며 스스로 위축
“홈런-타점왕 모두 형우가 가져갈것”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스포츠동아DB
“현 상태로는 내가 이기고 싶어도 이길 수 없다. (최)형우 같은 후배가 나온다는 건 나를 위해서도,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하루 전 최형우(삼성)에게 홈런 1위 자리를 넘겨준 롯데 이대호(사진)의 마음은 어떨까. 의외로 담담했다. 이대호는 31일 사직 삼성전에 앞서 “형우는 매년 성장하고 있는 좋은 타자다. 내가 20개 초반을 때려 홈런왕을 하는 것보다 형우가 30개를 훌쩍 넘겨 홈런왕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대호는 8월 단 1개 홈런에 그치는 등 7월 이후 홈런이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최근 극심한 장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가 “하체를 전혀 쓰지 못하고 팔로만 스윙을 하고 있다. 홈런이 나올 수 있는 스윙이 아니다”고 평가할 정도.

이는 시즌 초부터 부상을 안고 시작했던 오른 발목과 7월 초 찾아온 왼쪽 오금 부상 탓에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 하체의 힘을 동반한 스윙이 되지 못하고 상체 위주의 맞히는 타격을 하고 있다. “현 상태로는 내가 형우를 이기고 싶어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올 한해를 제대로 뛸 수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난 지금도 행복”이라며 “아무래도 홈런왕, 타점왕 모두 (최)형우가 가져갈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페이스를 회복할 수 있을까. 30일 시즌 두 번째 내야안타를 때렸던 그는 “한번 아픈 뒤로 혹시나 더 다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도 있다”면서 “어제 (내야안타를 치며) 올 시즌 들어 제일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그래도 무리가 되지 않더라. 차츰 좋아지고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홈런 타이틀에 다시 욕심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항상 그랬듯, 타이틀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분발해 형우와 더 좋은 경쟁을 펼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지금은 더 안 다치고, 꾸준히 뛰면서 팀 성적에 보탬이 돼 우승을 하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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