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와… 블레이드 러너, 아… 블라인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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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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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피스토리우스, 남 400m 45초39로 준결 진출
블라인드 러너◀스미스, 남 100m 10초57 36위로 예선 탈락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28일 400m 1라운드에서 45초39를 기록해 5조 3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관중들은 “오스카 사랑해”를 외쳤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28일 400m 1라운드에서 45초39를 기록해 5조 3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관중들은 “오스카 사랑해”를 외쳤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망막신경이 손상되는 병을 앓는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아일랜드)는 27일 100m 1라운드에서 10초57로 전체 56명 중 36위에 그쳐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망막신경이 손상되는 병을 앓는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아일랜드)는 27일 100m 1라운드에서 10초57로 전체 56명 중 36위에 그쳐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남들과는 다른 다리를 가진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가 트랙에 들어서자 관중은 환호했다. 남아공 관중이 ‘We love Oscar(우리는 오스카를 사랑한다)’를 외치는 목소리는 관중석 곳곳에 메아리쳤다. 사진기자 취재구역과 가장 가까운 8번 레인을 배정받은 그에게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됐다. 출발 총성과 함께 ‘블레이드 러너’ 피스토리우스는 거침없이 트랙을 질주했다. 뜨겁게 달궈진 트랙 위, 그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열정은 희망으로 타올라 사람들의 가슴에 꽂혔다.

성적도 좋았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400m 1라운드에 나선 피스토리우스는 5조 3위, 전체 14위(45초39)로 24명이 겨루는 준결선에 진출했다. 의족 특성상 스타트가 느릴 수밖에 없는 단점은 여전했다. 그는 초반에 하위권으로 뒤처졌지만 200m를 지나면서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해 3∼5위 경쟁을 벌였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보여준 스퍼트는 왜 그가 “이제는 장애인 스프린터가 아닌 그냥 육상 선수로 봐달라”고 말했는지 잘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그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준결선(29일 오후 8시)에서도 오늘처럼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희망을 전달하는 선수로 불리는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는 아쉽게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어릴 때부터 망막 신경이 손상되는 병을 앓은 스미스는 시력이 일반인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27일 남자 100m 1라운드에서 10초57을 기록해 전체 56명 중 36위로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10초22)만 냈어도 준결선 진출이 가능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시력이 나쁜 대신 발달한 청력과 운동신경으로 한계에 도전해온 스미스는 출발 반응 속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스미스는 출발 반응 속도 0.165초로 함께 뛴 선수 7명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로 느렸다. 그러나 앞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옆 레인을 침범하지 않고 직선 주로를 곧게 달렸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3관왕이고 스미스는 2관왕이다. 둘 다 장애인 최강자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비장애인과의 경쟁을 택했다. 세계 최강들이 경쟁하는 최고 대회에서 둘의 1라운드 명암은 엇갈렸다. 하지만 ‘희망 전도사’인 그들의 질주에 성적 비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대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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