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전천후 그물’ 방망이로 4강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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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7시 00분


LG 서동욱. 스포츠동아DB
LG 서동욱. 스포츠동아DB
베이스볼 피플 | 서동욱

내외야 전포지션 투입 만점활약 펼치지만
타격에선 숱한 스탠딩 삼진 ‘서봇대’ 조롱
후반기 만루홈런 등 3할대 고감도 방망이
LG 4강 희망 우뚝…스위치히터 부활 GO!


누군가는 ‘서봇대’라고 조롱했다. 어떤 이는 ‘서수아비’라고도 놀렸다. 시즌 초반 타석에서 배트조차 휘두르지 못하고 숱하게 서서 삼진을 당하는 그를 보고 팬들은 “왜 쟤를 기용하느냐”며 노골적인 불만도 터뜨렸다.

그러나 이젠 집단 슬럼프에 빠진 LG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희망돌이’가 됐다. 수비에 구멍만 생기면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메워주는 전천후 수비수, 경기 후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지는 허슬플레이어. LG 서동욱(27)은 없어서는 안될 ‘그라운드의 마당쇠’로 인정 받아가고 있다.

○후반기 불방망이, 하위타선의 뇌관

서동욱은 후반기에만 13경기에 출장해 0.303(33타수 10안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루타 1방과 홈런 1방. 그리고 9득점과 10타점을 올렸다. 전반기 타율 0.256(207타수 53안타)보다 진일보한 성적이다. LG 하위타선은 최근 김태완(후반기 0.375)과 함께 서동욱의 폭발로 오히려 상위타선보다 더 득점생산이 활발한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그는 2-3으로 뒤진 4회말 1사만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사도스키를 무너뜨리는 역전 결승 만루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9년 만에 맛본 생애 첫 그랜드슬램. 그는 후반기 타격 상승세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어요. 저는 2003년 프로에 들어온 뒤 2군선수였잖아요. 프로 9년째인데 올해도 못하면 영영 2군선수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데 이젠 1군무대 타석에 나서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생활처럼 느껴져요. 예전엔 훈련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경기에 들어서면 ‘이건 경기다’는 생각 때문에 위축됐는데, 이젠 경기도 연습처럼 느껴져요. 그러면서 타석에서도 결단력이 생긴 것 같고요.”

○팔꿈치 통증? 스위치히터 포기는 없다

그는 멸종위기에 몰린 한국프로야구의 ‘스위치 타자’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좌우 연타석 홈런’이라는 유일한 진기록의 주인공. 그것도 2008년 9월 25일 문학 SK전(6회 좌타석·9회 우타석), 2010년 5월 12일 청주 한화전(5회 좌타석·8회 우타석) 2차례나 기록했다.

그러나 올시즌 잠수함투수 상대타율(0.389)과 우투수 상대타율(0.306)에 비해 좌투수 상대타율(0.077)이 매우 낮다. 우타석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뜻이다. 시즌 중반에는 좌투수가 나와도 좌타석에 들어서는 일도 잦았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년 전부터 발견된 팔꿈치 뼛조각. 그는 팀내에서 가장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마무리훈련부터 하루에 2000번씩 배트를 돌리다보니 통증은 악화됐다.

“시즌 중반에 너무 아프더라고요. 오른손으로 세수도 하지 못하고, 머리도 못 감았죠. 그래서 서용빈 코치님이 시즌 중에 두 달 정도 오른쪽 타석에서 훈련도 하지 말라고 배려를 해주셔서 우타석에 들어서지 않았어요. 이제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어요. 스위치히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최고의 스위치히터는 제 꿈이니까요.”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

그는 야구가방에 글러브만 5∼6개씩을 챙겨 다닌다.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서동욱이 한 포지션에만 고정된다면 수비도 늘고 타격도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주전을 해왔던 선수가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최대한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으면 만족해요. 시즌 초반 부진할 때 주위에서 많이 비난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나를 비우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를 잡으려고 해요.”

LG는 올시즌 선두싸움을 하다 5위까지 내려앉았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38경기가 남았잖아요. 롯데와 2.5게임인데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믿어요.”

특출한 재능은 아니지만, 다재다능함과 성실함으로 9년 만에 100경기 출장을 앞두고 있는 서동욱. 그는 “언젠가는 남들한테 인정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다시 배트를 쥐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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