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의 앙심?… 우즈에게 해고된 윌리엄스, 보란 듯이 새 파트너 스콧과 우승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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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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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향해 주먹 날리고는 “33년 캐디 생활 중 가장 위대한 한 주”

#1 3타차 선두로 승리를 굳힌 채 18번홀 그린을 향하던 그들에게 갤러리의 연호가 쏟아졌다. “스티브, 스티브….” 그 이름은 주연인 선수가 아니라 캐디였다.
#2 경기 종료 후 미국 방송 CBS 카메라는 챔피언 곁에 있던 다른 한 명에게도 소감을 물었다. 여느 골프 대회에서는 한번도 나오지 않던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캐디였다.》
이례적인 장면의 주인공은 애덤 스콧(31·호주)의 전담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48·뉴질랜드)였다. 지난달 12년 동안 호흡을 맞춘 타이거 우즈(36·미국)에게 해고된 윌리엄스는 새롭게 인연을 맺은 스콧의 우승을 거들었다. 그것도 우즈가 3개월의 공백 끝에 복귀했던 데다 우즈와 윌리엄스가 7번이나 우승했던 코스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8일 미국 오하이오 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스콧은 합계 17언더파 263타로 4타차 완승을 엮었다. 윌리엄스가 캐디를 맡은 지 4개 대회만의 우승이었다. 스콧이 18번홀에서 챔피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 윌리엄스도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90초 남짓의 방송 인터뷰에서 윌리엄스는 우즈를 겨냥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전리품처럼 18번홀의 깃발을 떼낸 그는 “33년 동안 캐디를 하면서 내 생애 가장 위대한 한 주였다. 145승을 거둔 가운데 최고의 우승이었다”고 말했다. 마치 버림받은 충복의 복수처럼 보였다. 우즈와 메이저 13승을 비롯해 PGA투어에서 거둔 통산 73승의 화려한 기억은 안중에도 없다는 뉘앙스였다. 공개석상에서 침묵하라는 캐디의 불문율을 깰 만큼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고교 시절 친구 브라이언 벨이 캐디로 나선 우즈는 스콧에게 18타나 뒤진 공동 37위에 그쳤다. 캐디는 보통 우승 상금의 10%를 받는다. 스콧이 받은 140만 달러 가운데 14만 달러 정도를 캐디피라고 봤을 때 윌리엄스는 이번에 우즈의 상금(5만850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벌었다. 스콧의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은 50위에서 15위로 뛰었다. 135위에서 129위가 된 우즈는 125위 이내에 들어야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어 여전히 벼랑 끝에 서있다.

윌리엄스는 우즈와의 결별 후 배신감을 느껴 공개 비난마저 서슴지 않았다. 6월 US오픈에 대비해 뉴질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돌연 우즈가 불참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 달랑 전화 한 통으로 해고 소식을 들어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스에게는 때맞춰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난 스콧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윌리엄스가 주니어 시절부터 지켜봤던 스콧은 2009년 세계 랭킹 5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부진에 허덕였다. 하지만 올 들어 3연속 톱10에 들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롱 퍼터 사용도 효과를 봤다. 누구보다 이 대회 코스를 훤히 알고 있던 윌리엄스는 스콧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줬다. 윌리엄스라는 ‘호랑이 날개’를 단 스콧은 두려움 없이 내달려 정상에 올랐다. 김경태는 공동 6위로 선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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