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운명, 6연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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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상처투성이 KIA
투타 핵심 5명이 부상…힘겨운 2위
팀 무게중심 최희섭의 빠른 복귀 절실

상승분위기 롯데
홍성흔 부활 등 주축전력 가장 막강해
4강 경쟁 LG에 상대전적 5승9패 약점

투타 하락세 LG
마운드 불안·베테랑 3총사 타격부진
주말 롯데와 3연전서 4위 탈환 총력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엘롯기’에게 이제 ‘동맹’은 낯선 단어일지 모른다. 부상자 속출로 신음하는 KIA는 간탄타자 최희섭(아래 오른쪽)의 복귀 준비에 희망을 걸고 있고, 4년 연속 4강을 바라보는 롯데는 홍성흔(위)의 부활로 되찾은 화끈한 화력으로 승부를 걸 심산이다. 9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리는 LG는 외국인 투수 주치키(아래 왼쪽)에 운명을 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엘롯기’에게 이제 ‘동맹’은 낯선 단어일지 모른다. 부상자 속출로 신음하는 KIA는 간탄타자 최희섭(아래 오른쪽)의 복귀 준비에 희망을 걸고 있고, 4년 연속 4강을 바라보는 롯데는 홍성흔(위)의 부활로 되찾은 화끈한 화력으로 승부를 걸 심산이다. 9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리는 LG는 외국인 투수 주치키(아래 왼쪽)에 운명을 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절묘한 타이밍에 엇갈려 만나게 된 ‘엘-롯-기’

‘엘롯기 동맹’은 깊은 사랑과 애증이 함께 담긴 이름이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그리고 2000년대 오랜 암흑기를 보낸 공통점을 갖고 있는 LG, 롯데, KIA를 향한 팬들의 희로애락이 하나로 응축된 표현이 엘롯기다.

그러나 2009년 KIA가 우승했고, 롯데는 가을야구 단골 멤버가 됐다. LG는 가장 역동적 전력보강으로 부활을 꿈꾼다. 더 이상 사이좋게 하위권을 형성했던 엘롯기가 아니다. 2011년 그들에게 각기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 탈환, 롯데는 4위 이상의 성적, LG는 가을야구에 대한 다짐이었다.

각기 다른 목표, 그래서 시즌 초에는 서로 부딪치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와 LG가 먼저 치열한 4위 싸움을 시작하더니, 멀찌감치 앞서있던 KIA는 부상으로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다. 8월 초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세 팀은 절묘하게 엇갈려 만난다. 한쪽이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외나무다리 맞대결, 앞으로 2주 동안 올해 엘롯기의 운명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상처투성이 호랑이, 벼랑에서 만난 LG 그리고 롯데


KIA는 투타 핵심전력 중 5명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연패에 빠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주축전력의 연이은 부상으로 힘겹게 2위를 지켜온 KIA는 이범호까지 허벅지 근육파열로 이탈하며 진짜 벼랑 끝에 섰다. 더 이상 무너지면 3위로 추락하고, 다시 4위권에 쫓길 수 있는 위기다.

코와 얼굴뼈 곳곳이 부러지고 발가락 골절에 허벅지 근육파열, 옆구리에 염증까지 생긴 호랑이는 서 있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4위를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LG를 주중 3연전(9∼11일)에서 만난다.

KIA의 가장 큰 강점은 선발진. 그러나 로페즈에 이어 트레비스마저 2일 마운드에서 미끄러지며 작은 부상을 당해 누수가 생겼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주중 LG, 주말 삼성, 그리고 다시 다음 주중인 16∼18일 롯데를 상대한다. 가장 전의가 불타는 두 팀, 그리고 가장 전력이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치명적 일정이다.

KIA의 운명은 부상선수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알리고 있는 부동의 4번, 최희섭이 언제 돌아와 타선의 중심을 지키느냐에 달려있다. 단 한명의 선수지만 팀 분위기, 타선의 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마운드에선 최근 등판에서 희망을 보인 김희걸과 양현종의 어깨가 무겁다.

○롯데와 LG의 사생결단 ‘고지전’


롯데와 LG는 12∼14일 잠실에서 3연전을 치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겨운 장기 레이스에서 순위경쟁의 유일한 지름길은 맞대결 승리다. 롯데와 LG의 격차는 현재 1.5게임. 이번 3연전을 어느 한쪽에서 모두 가져갈 경우 4강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LG는 최근 자주 흔들리는 선발 박현준이 불안하고 새로 영입한 마무리 송신영 역시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선 지금까지 팀을 이끌었던 박용택, 이병규, 조인성의 베테랑 3총사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LG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주키치∼ 리즈∼박현준으로 이어지는 선발 삼각편대가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이대형, 오지환이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홍성흔의 부활과 함께 호쾌한 공격력을 되찾은 롯데는 세 팀 중 가장 분위기가 좋다. 황재균에 문규현까지 가세하며 피해갈 곳이 없는 타선이 완성되고 있다. 홍성흔이 살아나면 이대호도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

롯데는 특히 주축전력이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4강 전쟁의 가장 큰 힘이다. 그러나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뜨겁게 달아오를 때만큼 빠르게 식어버리는 특유의 팀 분위기, 또한 4강 경쟁을 하고 있는 LG에 상대전적에서 5승9패로 열세인 점이 뼈아프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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