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겨울올림픽 유치]MB ‘정성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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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위원 100여명에 대사-특사 보내 서한
10번 전화 불통됐지만 11번째 시도해 통화

강원 평창의 2018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겨냥해 막후에서 편 맞춤형 평창 마케팅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전과 격식을 뛰어넘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6월 이후에는 IOC 위원과 유대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화 외교에 공을 들였다.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청와대 관저에서 전화를 거는 ‘외교적 파격’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IOC 위원에겐 10번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고, 11번째 시도 때 통화가 됐다”며 “6, 7분간의 통화에서 학교체육에 관심이 큰 상대방의 관심사를 감안해 한국에서 선수들이 공부와 훈련을 병행하는 문제를 적극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사무실을 오래 비웠던 한 위원에겐 네 번째 전화를 걸면서 자동 응답기에 “꼭 통화하고 싶었는데 연결이 안 돼 메시지를 남긴다. 평창을 위한 관심과 지지에 감사드리며 더반에서 꼭 만나고 싶다”고 육성을 남긴 일도 있었다. 상대방이 이런 정성에 감복했는지 얼마 후 전화를 직접 걸어와 통화가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D데이’ 30일 전인 지난달 7일 IOC 위원 100여 명에게 서한을 보내 평창 지지를 요청했다. 한국어 원본에 해당국 언어 번역본이 첨부된 대통령 서한은 정성을 다한다는 뜻에서 우편 대신 주재국 대사 혹은 대통령 특사를 통해 인편으로 전달했다. 일부 IOC 위원에게서 “한국 대통령의 섬세한 배려와 관심이 놀랍다. 7월 초 더반에서 꼭 만나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외국인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충분한 사전 조사를 거쳐 작지만 감성적인 요소를 찾아내 상대를 감동시키는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결전의 날을 나흘 앞두고 일찌감치 더반에 도착한 뒤 시간을 쪼개가며 다수의 IOC 위원을 만났다. 이때 한 IOC 위원은 이 대통령의 자서전(‘신화는 없다’) 영문판을 들고 와 서명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이후 평창을 두 차례 방문함으로써 평창 겨울올림픽이 지역 행사가 아닌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준비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올 2월 IOC 실사단이 방한했을 때는 봅슬레이 출발선에 서서 썰매를 직접 미는 모습을 보여줘 IOC 실사단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이 봅슬레이에는 이른바 ‘드림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서 겨울스포츠 훈련을 받는 제3세계 청소년과 선수단이 타고 있었다.

더반=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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