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문제로 시즌 초부터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활용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자 이런 주장을 내놨다. “용병들이 많아진다고 국내 선수들이 죽는 건 아니야. 오히려 국내 리그가 잘 버티는 데 힘이 되지.” 김 감독이 밝힌 이유는 이렇다.
○에이스들 줄부상? 던지는 투수만 던지니까 최근 각 팀 에이스급 투수들이 연이어 휴지기를 갖는 것이 가장 좋은 예. 데뷔 후 줄곧 최다 이닝 투구 1∼2위에 올랐던 한화 류현진은 어깨 근육이 뭉쳐 29일 1군 등록이 말소됐고, KIA 좌완 양현종도 어깨 피로 누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는 상태다. LG 역시 시즌 초반부터 줄곧 많은 공을 던진 새 에이스 박현준의 등판 일정을 주말로 미뤘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다들 너무 많이 던져서 그렇다. 공을 120개 넘게 던지면 적어도 5∼6일은 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투수들도 있다”면서 “던지는 투수들만 계속 던져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만큼 쓸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깜짝 스타가 종종 나타나는 타자들과 달리 투수들은 최근 몇 년 간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자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1군과 2군 차이 큰 데다 선수도 부족 그렇다고 2군에서 아무 투수나 올려서 쓸 수도 없다. 김 감독은 “1군 선수가 부상으로 드러누우면 별다른 대안이 없다. 2군 선수들과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면서 “선수들을 뽑아 놓아도 1군 한 번 못 올라와 보고 그만 두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그럴 바엔 프로가 아니라 다른 데서 길을 열어 주는 게 낫지 무조건 기회가 적어진다고 하는 건 조직(리그)이 같이 죽어 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수준 높은 용병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리그 전체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미국은 선수가 없어서 외국에서 데려오는 게 아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의 10배 이상 야구 저변이 넓은 데도 용병 제도가 있지 않느냐. 그게 다 이와 비슷한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학|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