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한상훈, 눈물로 친 1471일만의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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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7시 00분


홀로되신 어머니 첫 대전구장 방문
3안타 5타점 등 어버이날 최고 선물

KIA전서 데뷔 첫승 거둔 넥센 문성현
조감독 양복에 흙탕물 튀긴 추억있죠

박석민, 한대화감독 손 만지면 안타
한감독 3연전 마지막날 도망 다녔대요

5월은 가정의 달이에요. 올해도 야구장에서 어린이 손 꼭 잡은 엄마, 아빠를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이번 주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야구장을 수놓았던 이런저런 사연들을 롤러코스터에서 쭉 둘러봤어요.

○조범현 감독 양복에 흙탕물 튀긴 ‘문성현 어린이’의 추억

5일 어린이날 목동 KIA-넥센전이었어요. 넥센 문성현은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어요.

“어린 친구가 씩씩하게 잘 던진다”며 지난 시즌부터 문성현을 칭찬하던 KIA 조범현 감독 앞에서요. 알고 보니 조 감독과 문성현은 충암고 30여년 선후배 사이에요. 문성현이 고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어요. 조 감독이 모교를 찾았대요. 말끔한 양복차림. 소문으로만 듣던 문성현의 구위를 확인하고 싶었는지, 조 감독은 불펜쪽으로 다가갔어요. 문성현도 힘이 들어갔나 봐요. 프로팀 지도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거예요. 냅다 있는 힘껏 공을 던졌대요.

하지만 공이 가라는 포수 미트 안으로는 안가고, 포수 앞 물웅덩이에 떨어진 거예요. 너무 힘이 들어갔나 봐요. 그런데 또 하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어요. 흙탕물이 조 감독의 옷에 잔뜩 튄 거예요. 여드름 가득한 문성현의 얼굴은 더 붉어졌어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대요. 마운드 위에서 항상 씩씩하다던 문성현조차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네요.

○한화 한상훈의 뜻깊은 어버이날


1471일. 한화 한상훈이 다시 홈런을 치기까지 걸린 시간이에요.

8일 대전 넥센전에서 쐐기 3점포를 터뜨린 순간, 본인 스스로도 베이스를 돌다 놀라 멈칫했을 정도니까요. 알고 보니 한상훈이 이날 ‘못 치던 홈런’을 친 이유가 있었어요.

그동안 서울에 사시면서 한번도 대전에 경기 보러 못 오셨던 어머니가 이날 처음으로 대전구장을 찾으신 거예요. 게다가 한상훈은 흐름이 다시 넥센쪽으로 넘어갈 뻔했던 7회에 펜스를 바로 맞히는 3루타로 쐐기 타점까지 올렸고요.

3안타 5타점. 에이스 류현진만 선발승으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게 아니라 한상훈도 어머니께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을 안겨드린 거예요.

특히 지난해 말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는데요, 안 그래도 홀로 외로워하고 계신 어머니께 기쁨을 안겨드릴 수 있게 됐으니 더 뿌듯했을 듯해요. 사이클링히트에서 2루타가 빠졌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고 해요. 게다가 7일에는 생후 100일을 맞은 둘째 딸 예지가 처음으로 야구장 나들이를 했대요. 이틀간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아빠로 어깨를 으쓱할 수 있었어요.

○미트 생긴 최동수


10년 만에 다시 포수로 돌아온 SK 최동수가 드디어 자신만의 전용 포수 미트를 마련했어요.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최동수에게 포수 훈련을 시킬 때 다들 ‘설마 진짜 경기에서 마스크 쓰겠어?’라고 반신반의했거든요.

하지만 최동수는 선발 포수로도 출장하고 있어요. 포수를 그만둔 지 어느덧 10년, 그새 나이는 마흔이 넘었어요. 처음에는 포수출장에 자신도 황당하고 비장한 표정을 짓던 최동수예요. 하지만 이제 숙명, 그리고 또 다른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미트를 마련했어요. 글러브를 후원해주던 한 용품회사에 요청해 자신의 등번호 32가 찍힌 미트를 3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배달 받았어요. 그동안 후배들의 미트를 빌려 썼던 최동수, 이제 40대 포수로 진짜 새 출발해요.

○“혹사 아니라니까요!”

스윙맨으로 보직이 변경된 롯데 코리. 6일 잠실 두산전에서 6회 구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 올렸어요. 55개의 볼을 던져 다음날은 무조건 휴식일이었대요. 하지만 7일 경기에서 뒤지던 팀이 9회초 8-7로 전세를 뒤엎자 스스로 불펜에 나가 몸을 풀었어요.

먼저 “던질 수 있다”고 했어요. 양승호 감독, “쟤, 왜 그래?”라면서도 고마운 눈치였어요. 그래서 올렸어요. 1이닝 또 세이브 해요. 8일 경기 앞두고 양 감독이 먼저 털어놨어요. “먼저 던지겠다고 해서 투입한 것”이라며 주변의 궁금증, 속 시원히 풀어줬어요. 앞서 팬들 사이에서 불붙었던 ‘고원준 혹사논쟁’이 마음에 걸렸나 봐요. “혹사 절대 아니다”고 강변했어요.

그리고 감동한 사람은 감독만이 아니었나 봐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포수 강민호는 “감동적인 피칭이었다”며 입에 거품 물었어요. 코리는 그래도 무덤덤한 표정. “경험이 많아, 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 3일 연달아 던질 수도 있다”고요. ‘착한 용병’ 코리에 롯데 선수단에 모처럼 웃음꽃 피었어요.

○한대화 감독과 박석민의 눈치싸움

한화는 4월 29일∼5월 1일 삼성과의 대구 3연전에서 보기 드문 2승1패 ‘위닝 시리즈’를 해냈어요. 그런데 3연전 내내 경기 전 삼성 박석민이 한대화 감독을 꼬박꼬박 찾아왔대요. 옛 제자여서 스승을 향해 예를 다하려는 마음뿐이었을까요? 들어보니 한 감독 손을 만지면 ‘잘 치는’ 징크스가 있더래요. 효험대로 첫날 3루타를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올렸고요.

둘째 날은 한 감독을 쪼르르 찾아와 손을 잡더니 입술을 대더랍니다. 결과는? 볼넷 4개였어요. 이에 한 감독은 마지막 날은 일부러 박석민을 피해 스킨십을 원천봉쇄했어요. 그랬더니 박석민은 첫 3타석에서 안타를 못 쳤어요. 팀도 졌고요.

마지막 9회 가까스로 안타를 치고 1루로 출루한 박석민은 덕아웃의 한 감독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대요. 한 감독과 박석민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 같네요. 그리고, 꼭 하나 지켜볼 일도 있어요.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스승의 날, 박석민이 한 감독에게 어떤 깜짝 이벤트를 선사할지도 궁금해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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