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도 울고간 휠체어농구 체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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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대통령' 허재는 휠체어농구도 잘 했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
휠체어농구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은 두 번째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아이스하키에서 스케이팅 실력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2010~201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KCC 허재, 동부 강동희 감독이 체험한 뒤 울고 갔다는 휠체어농구에 기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고양시청 홀트팀의 훈련에 15일 동참했다.
홀트팀의 홈구장이자 대회 장소인 홀트일산복지타운 체육관은 기합 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팀원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라 오후 7시에 정규 훈련이 시작되지만 대회를 앞둔 일부 선수들은 오전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굴욕의 연속


첫 과제는 휠체어를 탄 채 공을 튀기며 전진하기. 말은 쉬운데 막상 대면한 현실은 암담했다.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니 공을 둘 곳이 없었다. 한 손으로 밀자 휠체어가 회전하기 일쑤였다. 무릎에 공을 두고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 방필규 코치(47)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가로채기 당하기 쉬워 금기시 되는 자세입니다. 안되겠네요. 땅에 있는 공 잡는 것부터 합시다."
정지 상황의 백미인 자유투에서도 굴욕은 계속됐다. 기자의 손을 떠난 공은 번번이 림에 닿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좀더 앞으로 나와서 해보세요"라는 배려성 지시가 5번이나 이어졌다. 기자는 자유투가 아닌 골밑슛에 만족해야 했다.

●다양하고 현란한 기술들

1부 선수들은 보통 70% 이상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한다. KCC 하승진보다 낫다. 연신 이어진 굴욕에 의기소침한 기자를 위해 국가대표 조승현 씨(28)가 손수 시범을 보였다. 조 씨는 의족을 착용하고도 고교 2학년 때까지 농구 선수로 뛰다 대학 시절 휠체어농구로 전향했다.
경기당 평균 2개는 성공시킨다는 3점슛, 지그재그로 짧게 이뤄지는 순간 방향전환, 백드리블 등 휠체어를 탄 동작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휠체어를 기울여 쓰러지면서 쏘는 점프슛은 마이클 조던의 페이드어웨이슛을 연상하기 충분했다.

●'14점 룰'의 철학

하지만 조 씨와 같은 특급 선수 몇 명으로 최강 팀이 될 수 없다. 장애등급 합계가 14점을 넘지 못하는 '14점 룰' 때문이다. 조 씨처럼 경증(4.5점)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증(1점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14점 규칙에는 함께 하는 스포츠를 지향하는 휠체어농구의 철학이 담겨있다. 조승현 씨는 "14란 숫자가 참 오묘하다. 균형과 긴장 그리고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실제 강팀들은 개인기보다는 스크린 등 협력 플레이가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강 휠체어농구팀을 꿈꾸는 홀트팀은 20일 국내 유일의 실업팀 서울시청과 대회 우승을 다툰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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