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고개숙인 에이스야! 차라리 한박자 쉬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15일 07시 00분


2011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2주일, 그간 일어난 가장 큰 이변을 꼽자면 아마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이라는 세 에이스의 동반 부진일 것이다. 세 명의 투수 모두 14일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프로야구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지적도 있고 각 팀의 타자들이 집중적으로 분석한 탓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작 두 경기 남짓 등판한 지금, 여기저기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니 세 선수가 과연 대단한 존재구나 싶기도 하다. 왜 아니랴. 시즌 전 20승 반열에 오를 후보로 나란히 꼽히던 국가대표 에이스들 아니던가.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분석과 지적들이 행여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살다 보면 누구나 아무 이유 없이 뭔가 잘 안 풀릴 때가 있는 법이고, 그럴 때는 이유를 알기 위해 안달복달 애를 끓이기보다는 한 박자 쉬어 간다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흔히 에이스란 연승은 이어가고 연패는 끊어주는 존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어야 하는 시점에서 그들의 부담감은 어느 정도일까.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의 소리 없는 기대는 그들에게 어느 만큼의 무게로 느껴질까. 이제 고작 20대 중반, 어린 그들이 견디기에 다소 과중한 짐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이 동반 부진이 그들이 지고 있던 부담감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차피 한 시즌 동안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는 법. 어느 시즌에나, 어느 선수에게나 찾아오는 슬럼프가 단지 조금 일찍 찾아왔을 뿐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차근차근 돌파구를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팬들이 에이스에게 바라는 모습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굳건함이 아니다. 때로 넘어질지라도 의연하게 견디며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훨씬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박철순 선수가 영원한 에이스인 이유는 1982년의 놀라운 기량 때문이 아니라 그 후 숱한 세월 끊임없이 보여줬던 재기와 극복 덕분이 아니던가. 부디 우리 에이스들이 지금의 이 시련에서 무엇인가를 얻고 깨달았으면 한다. 그래야 그들의 고민과 팬들의 심려가 헛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 어느 때 어느 모습으로 있더라도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나의 에이스, 나는 그를 영원히 믿는다.

구율화 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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