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박경완 주장 고사한 이유, ‘완장 차면 부상 징크스’

  • Array
  • 입력 2011년 3월 3일 07시 00분


마흔 넘어도 ‘현역으로 뛰겠다’ 의지
발목 아파도 후배 공 받아주는 맏형
감독님 5위 목표? 난 올해도 우승!

SK 박경완. 스포츠동아DB
SK 박경완. 스포츠동아DB
SK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포수 박경완(39)은 ‘치외법권적’ 존재처럼 비쳤다. 혹독한 SK 캠프 안에 있지만 무리와 떨어져 개인훈련 위주로 캠프를 소화했다. 상당부분 ‘자율’이 부여됐다.

박경완에게 이런 예외가 허락된 데에는 일단 부상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 수술로 재활에 몰두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활을 한다고 다 이렇게 ‘우대’해줄 리가 없는 SK다. 박경완이기에, 박경완을 절대적으로 믿기에 가능한 조치다.

2월 하순까지 오키나와에서 지켜본 박경완은 이제 걷기를 시작한 수준이었다. 달리기는 엄두를 못낼 상황이었다. 하체 훈련은 사이클로 대신했다. 구장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재활을 잘 시키기로 정평이 난 SK 트레이닝 코치들도 “정말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다. 한 달은 더 차도를 지켜봐야 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어지간해서는 아쉬운 소리를 안하는 김성근 감독도 “올 개막만큼은 기대를 해야 된다”라고 말할 정도로 복귀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백업 포수 정상호마저 부상 중이기에 그렇다. 김 감독은 SK의 연습경기가 못마땅한 이유로 박경완이 없는 현실도 언급했다.

이미 작년 시즌 박경완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풀 시즌을 소화했다. 우승까지 시켰고,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뛰는 바람에 피치 못하게 수술 일정이 늦어졌고, 재활도 지연되는 실정이다.

그래도 SK에서는 내심 ‘박경완이니까’이라는 기대감이 숨어있다. 그의 초인적 정신력을 믿기에 작년에 그랬듯 팀이 원할 때에 맞춰 기적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다.

“SK는 5위 이하” 발언 등 김 감독의 잇단 비관론에 대해 박경완은 “감독님은 5위가 목표여도 나는 1등할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 감독의 속내를 너무 잘 간파하고 있는 그답다. 발목이 아픈 중에도 김 감독이 불펜에 들어가 있으면 포수 장비를 다 갖춰 입고, 슬그머니 들어가서 투수들 공을 받아주는 박경완이다.

SK 주장을 고사한 데에서도 2011년을 바라보는 그의 각오가 읽힌다. 2009년에 그랬듯 이상하게 주장을 맡으면 부상이 닥치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2010시즌을 마치고, SK와 2년 계약을 했지만 박경완은 올 시즌을 허투루 보낼 생각이 없다. ‘2년 계약이면 곧 영원한 SK맨이 아니냐’는 물음에 “플레잉 코치보다 선수가 낫고, 플레잉 감독보다도 선수가 낫다”고 웃으며 답하는 그다. 마흔이 넘어서도 현역 포수로 뛰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박경완은 에이스 김광현과 같은 방을 썼다. SK에서는 ‘박경완 선배와 같은 방을 쓰면 그 시즌에 대박난다’는 속설이 있다. 박경완이 건재한 한, SK는 2011시즌 역시 강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