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NO… 야구? NO… 왜 축구에서만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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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아닌 노동자 스포츠… 억눌린 울분의 해방구로

‘축구 종가’ 영국의 2대 스포츠는 축구와 럭비다. 초창기 축구는 손과 발을 모두 사용했다. 이후 럭비와 축구로 구분됐다. 거칠기로 따지면 럭비가 축구보다 더하다. 하지만 유독 축구에서만 훌리건이 기승을 부린다. 이유가 뭘까.

○ 럭비엔 없다?

훌리건이란 말은 1960년대 중반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지가 열혈 팬들을 지칭하면서 대중화됐다. 그 열혈 팬들이란 게 대부분 노동자 계급이었다. 사실 축구 자체가 노동자 계급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성장했다. 귀족 스포츠로 탄생해 쭉 그 지위를 유지한 럭비와는 태생적 배경 자체가 달랐다. 하층 계급의 울분과 폭력성은 축구 문화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단체 행동에 익숙한 계급적 특성도 축구 문화에 더해졌다.

영국의 한 언론은 “럭비가 ‘신사의 나라’로 포장된 영국 이미지를 대표한다면 축구에는 그 안에 감춰진 영국인의 잔인함과 공격성, 우월주의가 투영돼 있다”고 했다. 영국인들 특유의 호전성과 국수주의 역시 훌리건들을 등장시킨 배경이란 설명이다.

○ 야구에도 없다?

축구와 함께 세계 2대 스포츠로 꼽히는 야구 경기장에 훌리건이 없는 이유도 비슷하다. ‘야구의 메카’ 미국에서 야구는 1850년대 중상류층의 레저 스포츠로 등장했다. 이후 하위 계층에까지 확대된 이후에도 구단 운영과 응원 문화 등에는 여전히 점잖은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경기장 위치가 훌리건 유무를 결정지었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과 남미 지역의 축구장은 주로 대도시 중심부에 있다. 슬럼가와 인접한 곳에 있어 젊고 혈기왕성한 청년 팬이 많고, 자연스럽게 폭력성도 커졌다는 설명. 반면 야구장은 넓은 도시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 단위의 조용한 팬들이 많아 훌리건이 등장할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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