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보크 적용 차이…박찬호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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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7시 00분


일본야구 진출후 잦은 보크 왜?

세트포지션 정지 동작 의무 사항 어겨
미국과 달리 일본 심판 엄격하게 적용
1~2초 확실히 정지해야…“좋은 경험”

박찬호. 스포츠동아 DB
박찬호. 스포츠동아 DB
박찬호(38)가 25일 열린 2번째 홍백전에서 2차례나 보크를 범했다. 4회 무사 1루서 좌타자 가네코를 상대로 0-3까지 몰린 뒤 4구째를 던지는 순간 2루심에게 보크를 지적받았다.

무사 2루. 가네코는 볼넷을 얻었지만 오카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계속 타석에 섰고, 5구째 파울에 이어 6구째 공을 던지는 순간 3루심이 또 보크 판정을 내렸다.

15일 청백전에서도 보크를 1차례 범한 박찬호는 이로써 2차례 홍백전에서 무려 3개의 보크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일본에 오자마자 왜 이렇게 보크를 범하는 것일까.

○세트포지션 투구멈춤 동작 없다

이날 박찬호가 2차례나 보크 판정을 받자 후쿠마 오사무 투수코치가 심판에게 다가가 보크판정의 이유를 물은 뒤 박찬호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오릭스 나카무라 준 편성과장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에서는 세트포지션 상태에서 1∼2초 정도 확실하게 정지해야한다. 양손을 모은 상태에서 정지한 뒤 ‘하나∼둘∼’한 뒤에 던져야 되는데, 심판은 정지동작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세트포지션(Set Position)은 무엇인가

야구규칙 8.01 (b)를 보면 ‘세트포지션’에 관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주자 견제 및 투구동작인‘세트포지션’은 투수가 타자를 향해 서고, 중심발(우완투수 박찬호의 경우 오른발)이 투수판 위에 놓이거나 투수판 앞쪽에 닿도록 하고, 다른 발은 투수판 앞에 놓인 상태에서 신체의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공을 잡은 후 완전히 동작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자세에서 투수는 투구하기 이전에는 ▲두 손으로 잡은 공을 신체의 앞에 두고 ▲완전히 정지해야한다. 이것은 의무사항이며 심판은 이를 엄중히 감시해야한다. 이를 어기면 보크가 된다.

○보크(Balk)는 무엇인가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투구 행위를 보크라고 한다. 이때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 보크는 투수가 상대 타자나 주자를 속이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정장치다. 보크에 관해서는 야구규칙 8.05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보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박찬호가 일본에서 3차례 범하고 있는 보크는 바로 위에 설명한 대로 세트포지션 의무사항 중 하나인 정지동작이 없었다는 판정이다.

○ML 17년통산 보크 14개 불과, 일본에서 벌써 3개?

박찬호는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7년간 활약했다. 그러나 통산 보크는 14개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보크를 기록한 시즌은 2001년의 3개. 1994∼2001년간 11개를 기록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단 3개에 그쳤다.

그런데 일본에서 왜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보크를 기록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야구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같은 야구와 같은 규칙이지만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나라와 심판마다 약간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던 동작이었지만 일본은 보크에 대해 엄격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뛰다 2008년 일본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은 다니엘 리오스는 시범경기와 시즌 때 2차례씩 보크를 범했다. 에스테반 얀은 2006년 일본 한신에서 무려 12개의 보크를 기록해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SK에서 활약할 때는 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시즌 때가 아니라 현 시점에서 문제가 불거진 편이 낫다. 나카무라 과장에 따르면 박찬호 역시 이날 “세트포지션에서 몇 초 정도 멈춰야하느냐”고 물은 뒤 “메이저리그와 달라서 혼란스럽지만 큰 걱정하지 않는다.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아주 좋은 연습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박찬호가 현재 영리하게 일본프로야구의 스타일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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