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전통적으로 GK 포지션이 강한 팀이다. 1980년대 중반 오연교를 시작으로 최인영, 김병지, 서동명 등 국가대표 골키퍼들은 모두 한 번씩 울산을 거쳐 갔다. 지금도 두 명의 대표 급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대표 김영광(28)과 올림픽대표팀 부동의 주전 김승규(21)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예외다.
김영광과 김승규가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받아 전반기 출전이 어렵다. 제1,2 골키퍼가 한꺼번에 부상당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제주 전훈지에서 만난 김호곤 감독은 골키퍼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영광은 작년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울산은 김영광의 빈 자리를 김승규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승규까지 갑작스레 수술대에 올랐다. 작년 말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다녀오자마자 오른 손목 안쪽에 금이 가 있는 게 발견돼 수술을 받고 현재 재활 중이다.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부터 가끔 통증은 느꼈지만 엑스레이를 찍어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별 이상이 없다고 생각해 대회를 모두 뛰었다가 탈이 났다. 둘 모두 6월이 지나야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올 시즌 각 포지션에 걸쳐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런데 가장 자신 있었던 골키퍼 포지션에 구멍이 생겨 버렸다. 올 겨울 이적시장에 몇몇 골키퍼들이 매물로 나왔지만 한시적으로 전반기만 공백기이기 때문에 사 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울산은 궁여지책으로 K리그에서 10년을 뛰고 작년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으로 이적해 최우수 골키퍼에 뽑힌 베테랑 정유석(34)을 1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현재 김성수 GK 코치의 혹독한 조련을 받고 있다. 김 코치는 “유석이가 선수생활 하며 지금처럼 땀을 많이 흘려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강훈련으로 골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