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수 첫 세계 테니스 1위 클레이스터르스 e메일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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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1년반만에 US오픈 우승 비결?
삶의 중요성 깨닫게 한 가족의 힘!

직장과 가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애쓰는 여성에게는 선망의 대상인지 모른다. 벨기에 테니스 스타 킴 클레이스터르스(28) 얘기다. 남편과 세 살배기 딸을 둔 그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코트에서도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달 말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15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엄마 선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클레이스터르스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새롭게 얻은 슈퍼맘이라는 별명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다른 엄마들보다 나은 것 같지는 않다”며 주위의 찬사를 부담스러워했다.

클레이스터르스는 벨기에 축구 대표로 뛰었던 아버지와 자국 체조 챔피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탄탄한 하체와 타고난 유연성을 지닌 그는 1997년 프로 데뷔 후 6년 만인 2003년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05년에는 역대 여자 프로스포츠 시즌 최다인 22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하지만 2007년 5월 24세의 나이에 사랑을 찾겠다며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뒤 2개월 후 미국프로농구 선수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했다. 2008년 2월 딸 야다를 낳았다.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그는 2009년 8월 복귀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 세계 랭킹도 없는 상태로 출전해 트로피를 안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비결에 대해 클레이스터르스는 “내 삶이 예전보다 균형을 찾았다. 이젠 테니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가족과 일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 운동에도 더 몰두하게 되고 에너지를 얻었다. 감정의 기복도 줄었다”고 말했다.

1980년 이본 굴라공 콜리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엄마 챔피언이 된 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지난해 11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팀을 이뤄 대회에 다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딸을 돌봐주게 됩니다. 어떤 대회는 탁아시설을 갖추고 있어 큰 도움이 되죠.”

휠라코리아의 스폰서를 받고 있는 클레이스터르스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많다. 호주오픈 결승에선 중국의 리나와 맞붙었다. “아시아 선수들이 이제 버거운 경쟁자가 되고 있어요. 모든 건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좋은 코치 밑에서 테니스를 자주 접하게 한다면 뛰어난 선수가 배출될 겁니다.”

그는 “세계 1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1인자에 집착했다면 더 많은 대회에 나갔을 것이다. 큰 대회에 주력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갖고 딸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킴 클레이스터르스 ::

△국적: 벨기에 △생년월일: 1983년 6월 8일 △가족: 농구 선수 출신 남편 브라이언 린치(33·미국)와 딸 야다(3) △체격: 174cm, 68kg △프로 데뷔: 1997년 △통산 상금: 약 2300만 달러 △주요 성적: US오픈 우승 3회(2005, 2009, 2010년). 호주오픈 우승 1회(2011년). 여자프로테니스투어 통산 우승 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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