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오직 승리…이란은 내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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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7시 00분


상대 수비 묶어두고 패스만 94회
조별 3경기선 도우미 역할 톡톡
남아공 예선때도 극적인 동점골
이란에 강한 지성, 첫 골 기대감

‘캡틴’은 요즘 무표정이다.

51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조광래호의 운명의 절반은 박지성(맨유)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일까. 표정이 거의 없다.

아버지 박성종 씨를 통해 2011 카타르 아시안 컵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을 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간의 운명. 정말로 박지성을 풀어줘야 할 시기가 온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카타르 무대가 박지성의 아시안 컵 출전 마지막 경기라는 사실이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엄청난 활동량은 여전했고, 측면과 중앙을 두루 오가는 ‘멀티 플레이’는 대단했다.

고질인 치통을 참으면서까지 호주와의 예선 2차전에 나선 그였다.

‘해결사’ 역할보다는 ‘도우미’ 역할에 주력했다. 94회의 패스를 동료들에 전달했고, 인터셉트는 15회나 됐다. 파울은 2번 밖에 하지 않았지만 10차례나 파울을 유도해 좋은 찬스를 엮어냈다.

슛은 9차례, 이 중 유효 슛은 3회였다. 공격 포인트라는 마지막 방점만을 찍지 못했을 뿐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플레이가 한층 농익었다는 평가도 있다.

상대 수비가 온통 박지성을 막는데 주력해 주변 동료들이 보다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고 있다.

이란 기자들은 한결같이 “박지성이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입을 모은다. 패배 위기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 항상 박지성이 있었다. 이란의 압신 고트비 감독은 “한국에는 캡틴 박지성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란 주장 네쿠남과 펼쳤던 ‘천국 논쟁’은 이번 대결의 양념이다.

네쿠남은 2009년 2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테헤란 원정을 온 한국대표팀을 향해 “7만여 이란 팬들로 가득 찬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 경기 후 말하자”며 응수했다.

당시 이란 사령탑 알리 다에이 감독이 한국전 무승부와 졸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으니 오히려 이란이 지옥에 떨어진 셈이었다. 두 사람의 입씨름은 이번에도 공식 기자회견이 열리면 계속 될 수 있다.

박지성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 가입을 눈앞에 뒀다. 이제 딱 2경기 남았다. 만약 한국이 이란을 꺾는다면 4강전과 결승전(혹은 3∼4위전)까지 2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박지성은 “센추리클럽도, 골도 관심 없다. 오직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결연한 출사표를 던졌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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