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천당서 지옥으로… 팬도 전문가도 감독도 놀란 ‘이변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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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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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데… 명가의 몰락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이번 시즌은 악몽이다. 삼성화재는 총 6번 열린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네 번 차지한 전통의 명가. 하지만 2010∼2011시즌 2라운드까지 12경기를 치른 현재 삼성화재는 3승 9패로 최하위인 7위에 처져 있다.

삼성화재가 이번 시즌을 맞으며 예상하지 못한 전력 누수는 석진욱의 부상 정도밖에 없다. 석진욱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오른 무릎을 다쳐 시즌을 접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외국인 선수 가빈이 건재했다. 현대캐피탈의 주포였던 박철우를 데려오며 공격력은 배가됐다. 현대캐피탈이 보상 선수로 세터 최태웅을 지목하며 허를 찔리긴 했지만 박철우를 데려올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삼성화재의 부진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급작스러운 몰락이다. 최태웅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고 수비 붕괴와 조직력 와해라는 총체적 난국이 닥쳤다.

1년 만에 몰락한 부자가 배구장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우승팀 모비스는 12일 현재 9위에 처져 있다.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함지훈의 군입대, 김효범의 이적(SK)으로 전력이 약해진 데다 포인트가드 양동근과 유재학 감독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차출되면서 초반부터 다른 팀의 제물이 됐다.

모비스의 몰락에는 주기가 있다. 2005∼2006, 2006∼2007시즌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는 2007∼2008시즌 9위로 추락했다. 2008∼2009시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규 시즌 정상에 올랐다. 2005∼2006시즌부터 ‘정규 시즌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몰락’이란 3년 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배구, 농구보다 선수 1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약한 야구에도 몰락한 명가는 있다. 2009년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10년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못했다.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는 별로 없었지만 2009년 다승왕 아킬리노 로페즈, 토종 에이스 윤석민 등이 제 몫을 못했다.

재미있게도 삼성화재, 모비스, KIA는 우승 이후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축구에서는 2008년 정규리그 챔피언 수원 삼성이 다음 해 10위로 떨어졌다. 수원은 2010년에도 정규리그 부진을 이어갔고 결국 차범근 감독은 중도 사퇴했다. 최종 순위는 7위. 2010년 FC 서울을 우승으로 이끈 넬로 빙가다 감독은 명가를 만든 후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이색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4’ 중 하나인 리버풀이 올 시즌 12위에 처져 있다. 미국프로농구 2009∼2010시즌 승률 1위(0.744) 클리블랜드는 르브론 제임스를 잃은 후 이번 시즌 전체 꼴찌(승률 0.211)로 추락했다.

하루아침에 망한 부자들에겐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어쩌다…’란 말은 그럴 때 써야 되지 않을까. 영원한 1등은 없는가 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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