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지 “10년만에 휴식… 힘든 것 다 잊고 100% 충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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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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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발목인대 수술 받는 리듬체조 신수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쾌활한 표정에 놀랐다. 시련의 한 해를 보내고 정초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다음 주 발목인대 수술을 받는 ‘리듬체조 여왕’ 신수지(20·세종대·사진) 얘기다.

신수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자력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한국 리듬체조의 황금기를 연 주인공. 하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참고 출전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선 0.1점 차로 단체전 동메달을 놓쳤고 개인전에서도 10위에 머물렀다.

○ 백수 수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수지는 “아파서 못했다는 말은 다 핑계예요. 이제 다 울어서 괜찮아요. 올해 좋을 일만 남았지요”라며 기자를 향해 밝게 웃었다. 그러곤 인터뷰 내내 유쾌, 상쾌, 통쾌한 표정으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그가 웃을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0년 동안 사흘 이상 쉰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말 백수처럼 쉬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했어요. 힘든 건 다 잊고 충전을 100% 했지요”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엔 자선 축구경기장에, 연말엔 같은 소속사(SEMA)인 골프선수 신지애와 가수 싸이의 콘서트장에 다녀왔다. 집, 학교, 연습장을 쳇바퀴처럼 돌던 그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좋은 치유제가 됐단다.

○ 대인배 수지


지난해의 실패에 대해서도 생기 가득한 어조로 답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해선 아시아경기 출전을 포기하고 수술부터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어요. 하지만 국가의 몸인데…. 제가 희생해서라도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어요.” 신수지는 0.1점 차로 단체전 메달을 놓치고도 후배들을 다독이느라 정작 본인은 제대로 울지도 못했단다.

“후배인 손연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신수지의 희생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저 대신 메달을 따줘서 오히려 고맙고 뿌듯해요. 연재가 러시아 훈련 가는 것과 관련해 질문도 해오고 제 다리 걱정도 해주고 얼마나 예쁜데요”라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 여왕 수지

하지만 마음 좋은 그녀도 포기하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한국 리듬체조의 황금기를 연 ‘여왕’이란 수식어다. 신수지는 “올해는 꼭 여왕 칭호 되찾아야지요. 수술 받고 병원 침대에서부터 다리를 찢어서 하루라도 빨리 회복할 겁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신수지는 12일을 전후해서 발목 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2개월 정도 자생한방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할 예정이다.

태양이 하나이듯 여왕 자리도 하나다. 그래서 그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그의 의지는 결연하다. 중국 선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2011년 세계선수권 등 그가 다시 비상할 대회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하루빨리 그의 9회 연속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360도 수직 회전해 원을 만드는 기술)을 보고 싶은 팬이라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마침 내일(8일)은 ‘여왕’의 생일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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