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1코리아 그랑프리]코리아 그랑프리 최고 경쟁자는… 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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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늦은 출발… 17바퀴까지 무경쟁… 속속 중도포기…

24일 코리아 그랑프리 승부를 가른 건 비였다.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레이스를 앞두고도 그칠 줄 몰랐다. 신생 서킷인 탓에 안 그래도 미끄러운 KIC 노면은 한층 미끄러워졌다. 결국 예정된 오후 3시보다 10분 늦게 세이프티 카(SC·Safety Car)가 선두에 선 채 시작됐다.

SC는 서킷 사정이 좋지 않거나 레이스 도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장한다. SC가 있으면 머신들은 추월이 금지된다. 머신들은 제 속도를 낼 수 없고 흥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10분 늦은 출발도 오래 가진 못했다. 3바퀴를 돌고 레이스는 중단됐다. 위성으로 1분마다 확인하는 기상 예보와 SC의 보고를 종합해 주최 측은 레이스를 중지시켰다. 오후 3시 16분 중단된 레이스는 4시 5분에야 재개됐다.

주최 측은 재개 10분 전 모든 머신에 웨트 타이어 사용을 의무화했다. 우천용 타이어는 2가지. 드라이버들은 강우량이 많으면 웨트 타이어, 적으면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쓴다. 본인의 전략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일반 타이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주최 측이 안전을 이유로 웨트 타이어 사용을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

레이스는 다시 시작됐지만 17바퀴까지는 여전히 SC가 앞장섰다. 레이스 시작 후 3분의 1 지점까지를 경쟁 없이 달린 것. 주최 측은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규정상 비가 많이 오면 그랑프리를 취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전례는 없다.

많은 드라이버가 혀를 내두르고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9명의 중도 포기 드라이버가 나온 데서 보듯 상황은 최악이었다. SC는 그나마 달릴 만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서킷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머신들이 빠른 속도로 노면을 지나면 노면에 고인 물은 튀겨 나간다. 또한 타이어의 열에 의해 노면의 온도가 상승해 물기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경기 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처음으로 F1 경기를 봤는데 몰입감이 뛰어났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순위가 흥미진진했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순위 변동이 역전 골과 비슷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는 반응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다는 소감도 눈에 띄었다.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F1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외국의 F1 경기장에 비해 정돈이 덜된 것 같다. 앞으로 도로나 숙박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고 걱정했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전문성 없는 방송중계, 교통 문제 등을 지적했다.

영암=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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