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SK 박정권 아내가 남편에게 “결혼 2주년 기념 우승반지 선물 자기야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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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7시 00분


SK 박정권(29·일러스트)의 동갑내기 아내 김은미 씨는 이미 SK팬들 사이에 유명인사다. 박정권이 “아내의 ‘야구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여러 차례 자랑했기 때문이다. “높은 볼은 건드리지 마”, “건방져진 거 아냐?” 등등 김 씨의 말들을 모은 어록이 등장했을 정도다. 남편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내만큼 마음 졸일 사람은 없을 터. 박정권이 흔들릴 때마다 늘 중심을 잡아준다는 김 씨는 풍성한 가을걷이에 성공한 남편에게 “자랑스럽다”는 찬사를 보냈다.

자기야, 이 말부터 할게.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 대구에는 당신이 말려서 못 갔지만, 1·2차전은 문학구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켜봤잖아. 이번에는 6개월 된 우리 딸 예서도 함께 했고 말이야.

워낙 큰 경기에 더 강한 자기라서 걱정은 없었지만, 한국시리즈가 벌써 세 번째인데도 내 가슴이 예전보다 더 떨렸던 이유는 뭘까.

집을 나서면서 자기가 했던 말이 생각나. “작년에 못 했던 우승, 꼭 해서 돌아오겠다”고. 2008년에 결혼을 약속했을 때, 자기가 그 해 우승 반지를 내 손에 결혼 기념으로 끼워주겠다고 했다가 부상 때문에 한국시리즈를 못 뛴 기억이 났어. 또 지난해에는 7차전까지 치르면서 당신이 힘을 많이 보탰는데, 당연히 할 줄 알았던 우승을 못 해서 우리 둘 다 너무 아쉬워 했고. 하지만 이렇게 결혼 2주년 선물로 결국 우승 반지를 받게 돼서 고맙고 기쁠 뿐이야.

자기야, 평소 차가운 자기 표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무뚝뚝한 남편인 줄 알 거야. 하지만 낯을 많이 가려서일 뿐, 유머 감각도 있고 자상한데다 마음이 따뜻한 남편이라는 걸 꼭 알리고 싶어.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려고 애쓰는 그 정성이 참 고마워.

물론 운동선수와 연애하고 결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자기 성적이 좋을 때는 함께 기뻐하면 되지만,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나도 너무 괴로우니까 말이야. 특히 2008년에 정강이를 다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내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렸어. 그래서 지난해 당신이 한을 풀 듯이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걸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 지금까지도 그 때 얘기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을 정도니까. 이런 게 자기 아내로 사는 행복일 거야.

참. 그나저나 당신, 홈런 치면 나를 위해 세리머니를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막상 1차전에서 홈런 치고 나서는 아무 것도 없더라? 나는 됐다고 하면서도 내심 기대를 했는데…. 하하하. 농담이야. 그냥 나는 SK라는 팀이 우승할 수 있고 그 가운데 박정권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 수고 많았고, 참 잘했어. 자기야, 정말 축하해! 앞으로 더 잘해줄게!

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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