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프런트 ‘오버’가 사태 키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8월 27일 07시 00분


선수단 의견 왜곡 ‘사과’ 문제 삼아
갈등 부추겨 팬들 감정싸움 도화선


홍성흔에 이어 조성환까지 쓰러졌다. 중심 두 타자의 연속 부상. 상대 투수는 묘하게 순위 경쟁 상대인 KIA 소속 윤석민이었다.

하지만 롯데 선수단은 윤석민의 사구가 고의성이 없다며 대부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지만 정상적인 ‘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만약 롯데 선수들이 윤석민의 사구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했다면 경기 당일인 24일 먼저 벤치클리어링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런트의 생각은 달랐다. 롯데 프런트는 24일 오후 8시께, “KIA 윤석민이 아직 조성환에게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 선수단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내용을 전해들은 KIA 프런트 역시 “선수단 철수 과정에서 롯데 팬에게 맞은 김선빈이 부상 당했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윤석민의 사과 전화와 모친의 병문안 이후에도 두 팀의 앙금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팬들에게까지 확산돼 인터넷상에서 두 팀 팬들간 격한 대화가 양산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현장의 의견을 왜곡하면서까지 이번 일을 더 크게 만든 롯데 프런트의 행동이다. 윤석민에게 사과 전화를 받기 전, 이미 인터뷰를 통해 “난 괜찮다”고 했던 조성환의 입장과 선수단 뜻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프런트가 앞장서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에 흥분해 ‘싸움을 부추긴’ 꼴이 됐다. 경기 중 정상적인 플레이에 대한 ‘사과 여부’를 문제 삼을 일도 아니고, 만약 문제 삼는다면 그건 선수단 자체에서 서로 해결할 사안이다. 롯데가 이를 깨고 현장 일에 프런트가 먼저 격한 감정을 내비치면서 일이 커졌다. ‘사장 단장 다 바뀌었지만, 롯데 프런트는 아직도 그대로’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롯데 한 선수는 “왜 프런트가 나서서 일을 크게 엉뚱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KIA와 광주구장에서 게임이 남아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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