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경쟁 윤빛가람 vs 지동원 ‘킬러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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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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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골 악몽 너무했어” “형! 그게 프로아냐?”

‘경남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전남 저격수’ 지동원.
‘경남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전남 저격수’ 지동원.
“가람이 형이요? 좋은 선수죠. 볼 소유 잘 하고 여유 있고 패스 좋고 매끄럽고 결정력까지….” “동원이는 키가 큰 데도 드리블 좋고 패스 길도 볼 줄 알고, 득점력은 두말 할 것도 없죠.”

경남FC 미드필더 윤빛가람(20)과 전남 드래곤즈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19)의 K리그 신인왕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올 초 둘 다 대어 급 신인으로 꼽혔지만 최근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나란히 K리그 20경기에 출전해 지동원이 7골 3도움, 윤빛가람이 6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포지션 특성상 득점이 많은 지동원이 먼저 주목 받았지만 윤빛가람이 11일 나이지리아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 골을 터뜨려 주가가 올랐다. 이제는 누구도 신인왕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U-17 대표팀 인연

둘은 국가대표팀에 나란히 뽑힌 뒤 파주 NFC에서 늘 붙어 다녔다.

둘 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2007년 U-17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어 편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박경훈 제주 감독은 “동원이가 골문 앞에서 감각이 그 때부터 탁월했다. 그래서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대표팀에 불러들였다”고 기억했다.

그렇다면 중원의 지휘자 윤빛가람과 최전방 폭격기 지동원의 호흡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확인할 길이 없다. 지동원은 “그 때 가람이 형은 주전이었고 저는 비주전이어서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정은 잠시 접어두고

지동원에게 윤빛가람에 대한 평을 부탁하자 “볼 소유 잘 하고 여유 있고 패스 좋고 매끄럽고 결정력까지 좋다”고 말을 이어갔다.

“성격은 과묵한 것 같은데 말하는 거 보면 너무 착하지 않느냐”며 연신 칭찬 퍼레이드를 펼쳤다.

윤빛가람도 마찬가지. “U-17 대표팀 때도 나이는 한 살 어렸지만 장점이 참 많았죠. 특히 키가 큰 데도 불구하고 드리블도 좋고 패스를 볼 줄도 알고 공격을 보니 득점력이야 두말 할 것도 없죠. 지금은 그 때보다 모든 면에서 늘었다고 생각해요. 경기장 안에서는 악착같은 데 밖에서 만나면 정말 예의가 바르고 깍듯해요.”

단점을 지적해달라고 하자 둘 모두 “절대 그렇게는 못 합니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이렇듯 우정을 과시하던 두 선수는 21일 경남-전남 맞대결 이야기에 사뭇 진지해졌다.

두 팀은 올 시즌 1승1무1패로 팽팽하다.

3월 리그 첫 경기에서는 1-1로 비겼고, 5월 컵 대회에서는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경남이 1-0으로 승리했다. 7월 FA컵 16강전에서는 전남이 무려 7골을 퍼부으며 7-4 대승을 거뒀다. 지동원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팀 뿐 아니라 윤빛가람과 지동원도 장군 멍군을 주고받았다.

윤빛가람은 “축구인생에서 7골을 내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졌다는 게 정말 상처로 남아 있다. 그걸 되돌려줘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시 해트트릭 기록을 회상하던 지동원에게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에서 계속 골을 넣은 게 혹시 미안한 마음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프로가 그런 것 아니냐. 이번에도 반드시 이길 것이다”고 정색을 했다.

○신인왕을 향해


둘 모두 신인왕 욕심은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포지션이 다른 만큼 구체적인 목표에는 차이가 있다.

지동원은 시즌 전 두 자릿수 득점이 목표였다. 최근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 그는 “일단 10골 째를 넣고 나면 그 다음에 더 높은 다음 목표를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윤빛가람은 득점 보다는 도움에 더 욕심을 내고 있다.

“제가 골 넣을 때보다 전방으로 패스를 넣어준 게 득점이 될 때 더 큰 기쁨을 느껴요. 팀에도 그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강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점은 영광인 동시에 엄청난 부담이다.

이들은 부쩍 높아진 관심,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로 인한 피로, 신인왕에 대한 주변의 높은 기대가 주는 압박감에 대해 잘 알고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가람이 형도 부담이 클 텐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지동원)

“동원이가 마음 편하게 갖고 지금처럼 잘 해주길 바랍니다.” (윤빛가람)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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