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로 가다 돌 맞고 그린안으로 쏙 그 덕에 우승했잖아, 우리 희경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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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4일 07시 00분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우승을 위해 실력 외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운’이다. 서희경과 홍란의 부친 서용환, 홍춘식 씨는 13일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 1라운드가 안개로 잠시 연기되자 클럽하우스에서 운과 관련된 딸들의 우승 비화를 털어놨다. 서희경과 서용환 씨가 2008년 하이원 여자오픈 때 그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우승을 위해 실력 외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운’이다. 서희경과 홍란의 부친 서용환, 홍춘식 씨는 13일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 1라운드가 안개로 잠시 연기되자 클럽하우스에서 운과 관련된 딸들의 우승 비화를 털어놨다. 서희경과 서용환 씨가 2008년 하이원 여자오픈 때 그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서희경·홍란의 골프대디가 밝힌 우승과 운…“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작년 롯데마트오픈 우승 비화 소개
홍란은 공이 바위맞아 선두권 행운

“그때 그 샷이 아니었더라면….”

우승을 위해선 필요한 게 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우승으로 이끄는 ‘운’이다. 우승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아차’하는 순간을 모면한 운이 뒤따랐다.

13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 1라운드는 오전 일찍부터 골프장을 덮은 짙은 안개로 경기가 오후 2시에 겨우 재개됐다.

출발 시간이 확정되기까지 선수들은 경기위원회의 티오프 변경시간에 예의 주시하며 클럽하우스를 떠나지 못했다. 선수와 함께 하는 가족들에게도 이 시간은 지루하고 꽤 길게 느껴졌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홍란의 부친 홍춘식 씨와 서희경의 부친 서용환 씨가 클럽하우스에서 마주 앉았다. 성적과 관련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 우연히 우승과 운에 대한 얘기가 시작됐다.

먼저 서용환 씨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희경이가 페어웨이에서 토핑성 샷을 날렸는데 그게 운 좋게도 홀 앞에 멈춰 섰고 그걸 버디로 연결시켜 공동 5위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스 샷이 때로는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 뿐이 아니었다. ‘서희경시대’의 개막을 알린 2년 전 첫 우승 때도 비화가 숨어있었다. 2008년 8월,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서희경은 선두로 출발했지만 2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그린을 공략하기 애매한 위치에 떨어졌다.

“희경이는 워터해저드를 피해 오른쪽으로 안전하게 레이업하려고 했는데 내가(캐디로 나섬) 5번 우드로 직접 그린을 노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5번 우드로 친 샷이 정확하게 해저드 중앙으로 날아가다 왼쪽으로 휘어져 깊숙한 러프 쪽으로 떨어졌다.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공이 무언가를 맞고는 작은 둔덕 위에 멈춰 섰다. 운이 따랐다. 그러고는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 때의 운이 첫 우승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홍춘식 씨도 지난해 있었던 얘기를 털어놓았다. “같은 골프장 16번홀에서 물에 빠질 뻔한 공이 바위를 맞고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걸 버디로 만들면서 선두권에 올라섰다. 운이 따라야 우승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는 일명 ‘서희경 돌’이 존재한다. 지난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안선주, 이일희 등과 우승 경쟁을 펼쳤던 서희경은 15번홀(파3)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을 한 볼이 그린을 벗어나 러프 쪽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이 볼이 그린 주변에 있던 돌을 맞고 튀어 오르더니 그린 안으로 떨어졌다. 이 홀에서 파로 막아낸 서희경은 끝까지 타수를 지켜내 1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기념해 골프장에선 이 돌을 ‘서희경 돌’로 명명했다.

홍춘식 씨는 “우승하기 위해선 실력이 좋아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승이 운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선|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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