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박종훈 감독의 한숨 뒤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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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받은 스트레스보다 지금이 더…”

박종훈 LG 감독(51)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꽃중년’이다. 젊은 시절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모습만으로도 꽤 인기가 많다. 수려한 외모를 빛내는 그의 매력 포인트는 부드러운 미소. 그의 입에서 거친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도 박 감독의 말은 부드럽고 생각은 긍정적이다.

요즘도 박 감독의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속은 영 불편하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입맛도 없단다. 지난주 KIA와의 3연전(3∼5일) 때 광주에서 만난 그는 “평생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보다 올해 LG 감독을 맡고 나서 하는 마음고생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 경기를 보면 확실하게 잡을 수도 또 과감히 버릴 수도 없는 경기가 많다는 게 박 감독의 평가다. 박 감독은 “승리를 가능하게 하는 힘과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8일 삼성과의 홈경기에 앞서 ‘LG가 이기든 지든 점수가 많이 난다’는 지적을 듣자 “현재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부실한 투수진과 들쭉날쭉한 국가대표급 타선을 두고 한 말이다.

박 감독의 속을 불편하게 하는 건 기복 심한 투타뿐만이 아니다. 시즌 초 이형종의 항명 파동 등으로 시끄러웠던 LG는 최근에도 서승화가 자신의 2군행에 불만을 드러낸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그는 지난주 “내가 우리 선수들을 너무 높게 평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며 “LG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방점을 어디에 찍을지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박 감독이 긍정적 태도만큼은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팬들로부터 ‘또 다 퍼준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SK와의 3 대 4 트레이드(이재영, 최동수, 권용관, 안치용을 SK에 내주고 김선규, 박현준, 윤상균을 받음)에 대해서도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한 트레이드였다”고 했다. 8일 삼성에 3-8로 패한 후에는 “4강 경쟁에 있어서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다음 주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결과가 궁금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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