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효과’ KIA, 어게인 2009?

지난주 홈런 3방 상승세 주도
“8월 대공세 재연 기대하시라”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KIA는 통산 10번째 정상을 밟았다. 경기 후 수십 대의 카메라는 기쁨에 겨운 KIA 선수들을 비췄다. KIA 선수단이 서로 얼싸안은 가운데 KIA팬들의 가슴을 가장 뭉클하게 만들었던 장면은 이종범(40)이 이용규(25·사진)를 안은 채 눈물을 펑펑 쏟았던 모습이다.

우승의 감격과 힘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전반기까지 KIA는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투수진이 무너졌고 중심 타자들도 잇달아 전력에서 빠졌다. 팀 최다 연패를 갈아 치운 16연패는 치욕이었다. 하지만 후반기를 시작한 지난주 KIA는 달라져 있었다. 우승의 감격을 나눈 신구 ‘날쌘돌이’ 이종범과 이용규가 선봉에 섰다.

이종범은 1일 SK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 선취점이자 결승점이 된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 2-0으로 앞선 7회에는 1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전날 지긋지긋했던 SK전 12연패의 사슬을 끊은 KIA는 큰형님의 활약으로 2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최고 외국인 투수에서 올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아퀼리노 로페즈가 넉 달 만에 시즌 2승을 거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용규는 시즌 3호 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이용규는 이날 홈런을 포함해 지난주에만 3개 홈런을 쳤다. 올해 때린 홈런도 총 3개. 타격감이 좋다 보니 단타를 주로 치던 그의 방망이가 홈런도 뿜어내는 것이다. 이용규는 29일 롯데전에서 3회에 3점 홈런과 만루 홈런을 몰아치며 한 이닝 최다 타점(7타점)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팀이 부진에 허덕이던 7월(6승 12패)에는 월간 타율 0.443으로 1위에 오르며 고군분투했다.

이용규의 분투가 뒤늦게 팀 전체로 전해진 걸까. KIA는 후반기 첫주 4승 1패로 선전했다. 서재응은 지난달 31일 6이닝 1실점으로 SK전 1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MVP 김상현은 27일 복귀전에서 홈런으로 부활을 알렸다. 윤석민도 이달 중순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늦게나마 지난해 우승 전력을 갖추는 듯하다.

2009년 8월 KIA는 20승 4패라는 무서운 승률을 기록했다. 상승세는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8월의 마법’을 올해도 볼 수 있을까.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