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 와 지휘봉 쥔 그들 “꿈만 심어줬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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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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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스포츠史바꾼 파란눈의 스승들

박지성-김연아, 히딩크-오서 만나 기량 ‘활짝’
슬럼프 박태환 “볼 코치 만나 수영 다시 즐겨”

김연아(왼쪽)와 오서 코치
김연아(왼쪽)와 오서 코치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은 21개월 만에 출전한 국내 무대인 23일 MBC배 전국수영대회 자유형 200m 경기를 마친 후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과 현재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작년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모든 면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무엇보다 수영이 재밌어졌다. 수영의 즐거움을 주신 분과 함께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말한 그분은 마이클 볼 코치(호주)다. 박태환에게 볼 코치는 스승 이상이다. 박태환은 9일 석 달간의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이번 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다시 수영을 즐기게 된 것이다. 볼 코치의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목표가 없어지니 수영도 재미없어졌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부진은 필연적 결과였다.

○ 의식을 바꿔 역사를 바꾸다

볼 코치는 수영을 그만둘 것까지 고민했던 박태환에게 수영을 계속할 수 있는 재미를 줬다. 훈련의 결과는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나오겠지만 한국 수영 최고 스타에게 다시 동기 부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다.

볼 코치처럼 한국 스포츠를 빛낸 외국인 코치들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선수들의 의식 개선이었다. 한국으로 건너온 파란 눈의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오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었다. 선수뿐만 아니라 국민을 향해서도 ‘한국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은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한 뒤에도 “창피하지 않다”며 큰소리쳤다.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 선수들의 잠재된 능력을 깨우며 결국 역사를 창조했다.

○ 제2의 오서, 히딩크를 기다리며

박지성(앞)과 히딩크 감독
박지성(앞)과 히딩크 감독
히딩크를 비롯해 한국에서 코치 활동을 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스타 감독 또는 선수 출신이다. 김연아의 스승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는 1984, 1988년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따냈다. 선수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렸던 오서 코치는 2006년 5월 김연아를 만났다. 김연아의 타고난 감각은 오서를 거쳐 기술적으로 완성됐다.

오서의 성공 이후 피겨만큼이나 불모지였던 육상에서도 외국인 코치를 통해 진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허들의 티바소프 세르게이 코치(러시아)는 5월 종별선수권에서 4년 만의 여자 100m 허들 한국기록 경신(이연경)을 이끌었다. 현재 허들 외에도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경보 등 5개 종목 대표팀 훈련에 외국인 코치가 참여하고 있다. 31년 만에 남자 100m 기록을 갈아 치운 김국영과 400m 유망주 박봉고 육성을 위한 ‘드림프로젝트’에도 8월부터 외국인 코치가 합류할 예정이다. 육상의 외국인 코치들도 과거 훈련 방식을 모두 바꿔 새 역사를 쓰겠단 각오다. 작은 동작 하나에도 ‘왜 이 훈련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며 의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한국 스포츠史바꾼 결정적 한마디


“한국 선수들의 자질은 훌륭하다. 나는 그들이 몰랐던 것을 조금씩 깨우쳐줄 뿐이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 대표팀 감독(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김연아의 천재성을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녀의 연습 과정을 사흘만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2009년 8월 자서전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서)

◆한국 스포츠史바꿀 결정적 한마디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다. 딱히 약점은 없다고 판단된다. 광저우 아시아경기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마이클 볼 코치(2010년 1월 박태환의 코치로 선임된 뒤 박태환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선수들이 새로운 훈련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시크비라 아르카디 장대높이뛰기 대표팀 코치(2010년 2월 대표팀 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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