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의 월드컵 16강 시나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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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3전 전승을 하더라도 아르헨티나가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큰 점수차로 잡아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는데 '선택과 집중'을 고려한 16강 시나리오를 27일(한국시간) 살짝 공개했다.

허 감독은 이날 전지훈련 장소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트프트에서 첫날 훈련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리스와 첫 경기는 '필승', 아르헨티나와 2차전은 '선전', 3차전 나이지리아 맞대결은 '승부수'라는 나름대로 16강 구상을 밝혔다.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하는데 안정권은 1승2무(승점 5) 이상이다. 조별리그 상대국 세 팀 중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그리스를 반드시 꺾고 나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각각 비겨야 하는 셈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2승1패(승점 6)보다는 그나마 나은 목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16강 진출 티켓 확보하는데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1승1무1패다.

16강 진출 여부를 가름하는 그리스와 1차전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한 뒤 아르헨티나에 덜미를 잡히더라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이야기다.

2차전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밀리토(인테르 밀란),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초호화 공격진을 보유해 화력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허정무 감독도 선수 시절이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조별리그 1차전 상대였던 아르헨티나와 맞서 현재 사령탑을 맡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을 집중적으로 수비했으나 끝내 1-3으로 졌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에 남미의 강호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오토 레하겔 감독이 지휘하는 그리스는 한국이 넘기에 그리 높은 벽은 아니다.

그리스는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 주축급 선수를 파견하고도 최근 북한과 평가전에서 2-2 무승부에 그쳤다.

제공권이 좋고 세트피스에 강한 장신 선수들이 경계대상이지만 한국이 초반 실점을 하지 않은 채 느린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파고든다면 그리스의 골망을 흔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지리아도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강호지만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 취임 이후 아직 팀이 완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분위기다. 한국으로서도 지레겁을 먹게 할 만큼 위협적이 상대가 결코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3전 전승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별리그 시나리오를 보면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경기도1차전 못지않다"면서 "하지만 그리스를 누르고 분위기를 탄다면 아르헨티나에 지더라도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승부수를 던질 만하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나이지리아와 1승무1패로 동률이 되더라도 골 득실차로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아드보카트 전 감독이 지휘했던 한국은 1차전에서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2차전 상대인 프랑스와 접전 끝에 1-1로 비겨 16강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한국은 스위스에 0-2로 덜미를 잡혀 1승1무1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표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허정무 감독이 기대처럼 그리스를 1승 제물로 삼는 한편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3차전에서 승부수를 던져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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