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김대현, 블루칩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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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 형 조언처럼 공격적 플레이 했더니 술술”

매경오픈 18언더 우승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이승엽(36·사진)은 한국인으로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프로야구 선수다. 국내에서 324개, 일본에서 144개 등 9일 현재 홈런 466개를 기록 중이다. 그런 이승엽과 ‘비거리’를 논하는 장타자가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상을 차지한 김대현(22·하이트)이다.

김대현은 9일 성남 남서울CC에서 끝난 원아시아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하며 한국프로골프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 이승엽, 공격적인 플레이 조언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대현의 입에서는 뜻밖에 이승엽의 이름이 나왔다. 같은 대구 출신인 둘은 3년 전부터 비시즌에 대구 지산동 세진헬스에서 함께 체력 훈련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나이 차는 꽤 나지만 이승엽은 김대현을 친동생처럼 대한다. 김대현은 “승엽이 형이 홈런 치듯이 언제나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라고 말해줬다. 골프 라운드도 함께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그의 플레이는 시종 공격적이었다. 2007년 이 대회 우승자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끈질기게 추격해 왔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12번홀까지 3타를 뒤지던 김경태는 13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1타 차로 따라붙었다. 110야드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바운드 없이 곧바로 홀로 들어간 것. 하지만 김대현은 18개 홀 중 가장 긴 16번홀(파5·548야드)에서 아이언으로 투 온한 뒤 이글 퍼트로 응수하며 김경태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대현은 17, 18번홀을 무난히 파로 세이브했지만 김경태는 2홀 연속 보기를 하며 자멸했다. 4타 차 완승.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는 김대현은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은 자신 있다. 쇼트게임을 더 보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 비거리는 내가 한 수 위

김대현은 “승엽이 형과는 가끔 만나 골프 레슨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승엽이 형의 비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3.68야드에 직전 대회까지 평균 304.25야드를 날린 김대현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다소 불공평한 부분이 있다.

왼손 타자인 이승엽은 골프 스윙은 오른손으로 한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50야드 정도. 2004년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이승엽은 왼손으로 스윙을 했다. 당시에는 제대로 맞으면 300야드가 쉽게 날아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왼손 스윙을 오른손 스윙으로 바꿨다. 오창훈 세진헬스 관장은 “골프 스윙은 야구 스윙에 비해 올려쳐야 한다. 배팅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이승엽 선수가 골프 스윙하는 손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러면 홈런왕 이승엽의 스코어는 어느 정도일까. 대개 100타를 넘긴다는 게 함께 라운드를 해 본 지인들의 말이다. 한 지인은 “비시즌에도 야구 연습에 열중하느라 골프 연습은 거의 하지 못한다. 어쩌다가 한 번씩 나가니 제 아무리 ‘야구 천재’라도 100타를 깨기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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