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눈물 씻은 광현…눈물 삼킨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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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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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정훈-SK 김광현.스포츠동아DB
롯데 조정훈-SK 김광현.스포츠동아DB
김광현“공만 잡으면 아팠는데…재활끝”
완투승 통해 구위회복 자신감 최대수확

조정훈“에이스로 책임 통감” 끝내 펑펑
주무기 포크볼 과다사용 시선도 부담감


“물 먹고 나니 투 아웃이에요.”

SK 좌완 김광현은 24일 펼쳐졌던 롯데 우완 조정훈과의 에이스 맞대결을 이렇게 압축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 좌·우완에 걸맞게 두 투수 공히 완투를 불사했다. SK가 2-1로 승리한 9회초 종료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5분이었다. 김광현(9이닝 116구 5안타 9삼진 1실점)은 통산 3번째 완투이자 첫 무4사구 완투승을 거뒀다. 조정훈(8이닝 104구 6안타 5삼진 2실점)도 시즌 첫 완투였다. 둘 다 재활을 거쳐 복귀한 뒤 첫 완투라 더 각별했다. 2만8000명 문학 만원관중 앞에서 펼쳐진 프로야구 최고 투수전의 여운은 하루뒤 25일까지 이어졌다.

○김광현 그 후

9회 2아웃.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딱 한마디만 건네고 바로 내려갔다. “너, 볼이 더 좋아졌다.” 불펜에 대기했던 이승호를 철수시켰다. 김광현 이상의 대안은 없다는 메시지였다. 완투승은 김광현에게 ‘의미 반 아쉬움 반’으로 다가왔다. 소득은 ‘야구한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넘겼다’는 안도였다. “나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만 잡으면 아프니까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자기 볼에 자신감을 굳혔다. “야구가 보인다”는 말도 했다. 경기 전체를 지배할 시야가 생겼다는 얘기로 들렸다. “볼넷 줄 타자는 피하고 다음 타자와 승부하면 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베스트 피칭이었다. 삼진 잡을 때, 투구수 줄일 때를 스스로 조절했다”고 평했다. 그래서 9회 1실점은 아쉬움이다. “(불씨를 남긴 것 같아 25일 선발) 글로버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어느덧 팀 전체를 보고 있었다.

○조정훈 그 후

패배가 확정된 뒤, 덕아웃에서 조정훈은 울었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분해서 그랬을 것. 나도 분했는데 오죽 했겠는가”라고 했다. 추가 실점을 했던 8회를 마친 직후엔 글러브를 내던졌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실감하기에 나온 액션이다. 롯데의 8승 중 3승을 그 홀로 따냈다.

등판 하루 뒤 조정훈의 포크볼 구사비율을 놓고 김성근 감독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시선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김 감독은 “포크볼 구사가 너무 많다. 팔꿈치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기술적 부분을 짚었다. 반면 로이스터는 “포크볼을 잘 던지니까 좋은 투수다. 포크볼보다 볼넷이 더 나빴다”고 결과가 좋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무리한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영리한 투수니까 알아서 조절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어느덧 한국야구의 자산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된 조정훈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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