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의 별명은 ‘와일드 싱’이었다. ‘총알 탄 사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공이 빨랐다. 2003년과 2004년 정규 시즌에서 그는 시속 158km의 직구를 전광판에 찍었다. 비공인이기는 하지만 2003년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161km를 던진 적도 있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제구’라는 선물을 함께 주지는 않았다. 빠른 공을 가졌으면서도 컨트롤 불안으로 성적은 항상 기대 이하였다. 2000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9승을 거뒀다. 그나마 2006년에는 어깨와 팔꿈치가 아파 수술대에 올랐다. 엄정욱이라는 이름 석 자는 천천히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랬던 그가 드라마처럼 부활했다. 전지훈련 때부터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 공을 씽씽 뿌리더니 고질이던 제구력도 향상됐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는 엄정욱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인 11일 넥센과의 목동경기. 수술 후 구속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최고 151km의 직구를 뿌렸다.
이날 5이닝 1안타 4사구 4개에 무실점으로 잘 던진 엄정욱은 2005년 8월 21일 현대전 구원승 이후 1694일 만에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선발승으로 따지면 2004년 8월 10일 현대전 이후 2070일 만이다. 엄정욱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는 볼넷을 주면 눈치도 보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내 공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정욱의 호투와 장단 14안타를 터뜨린 타선에 힘입어 SK는 10-1 완승을 거두고 4연승을 올렸다. 반면 넥센은 6연패.
잠실에서는 LG 투수 김광삼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투수로 입단해 팔꿈치 부상으로 2008년 타자로 전향했다가 올해 다시 투수로 돌아온 김광삼은 이날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4실점(3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광삼이 승리투수가 된 것은 2005년 9월 28일 SK전 이후 1656일 만이다. 선발승으로는 그해 9월 8일 KIA전 이후 1676일 만. LG는 서울 라이벌 두산에 8-5로 승리하며 두산의 연승 행진을 5에서 막았다.
KIA는 대구에서 선발 양현종의 호투에 힘입어 6연승을 달리던 삼성을 3-2로 꺾었다. 부산에선 롯데가 초반 6점 차 열세를 딛고 연장 10회 홍성흔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0-9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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