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00]“시스템만 갖춘다면…” 황당한 阿축구 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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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그라운드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발로만 하는 게 아니다. 축구 시스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네갈축구연맹은 깜박 잊고 월드컵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 나가지 못했다. 하기야 대한축구연맹도 1958년 서류를 잃어버려 월드컵 출전 신청을 못했다.

나이지리아축구연맹은 부르키나파소와의 홈경기에 깜빡 잊고 선수들이 입을 팬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선수들은 겨울 속옷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경기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에선 이런 황당한 일들이 요즘에도 벌어지고 있다. 2010년 네이션스 컵 대회에선 토고 선수단이 총격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월드컵 우승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 ‘돌풍’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다.

아프리카 육상과 축구는 서구 자본의 투기 대상이다. 적은 투자로 큰돈을 벌 수가 있다. 돈이 있는 곳엔 파리 떼가 끓기 마련이다. 유럽의 ‘현대판 축구 노예상들’이 설쳐댄다. 아프리카의 유망한 꿈나무들을 헐값에 사서 종신 계약을 맺은 뒤, 유럽 유명 클럽에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하지만 빅 리그 팀의 입단 테스트 통과는 하늘의 별따기다. 해마다 수천 명의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유럽리그를 노크해보지만 이 중 선택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머지는 유럽 뒷골목을 떠도는 불법 체류자로 남는다.

감독도 문제다. 팀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사령탑이 많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이런 점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코트디부아르 사령탑 물망에 오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침 코트디부아르는 보석 같은 스타들이 많다. 만약 히딩크가 사령탑을 맡는다면 보석을 한 줄에 꿰어 세계 최강팀을 만들지도 모른다.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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