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17일의 전설’… V코리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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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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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 향해… ‘평창’ 유치를 위해키워드 ‘START’로 풀어본 감동 드라마

1일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수달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국기가 걸려 있던 국기 게양대에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1일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수달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국기가 걸려 있던 국기 게양대에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성화는 꺼졌다. 17일간 지구촌을 웃고 울게 했던 숨 가쁜 레이스도 막을 내렸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1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폐회식을 가졌다. 폐회식 기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리스트 모태범(한국체대)이 맡았다. 피겨 여자 싱글 챔피언 김연아(고려대)를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자 이상화(한국체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1위 이승훈(한국체대),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단국대) 등 메달리스트는 물론이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최종 결선까지 진출한 봅슬레이 대표팀도 밴쿠버의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를 얻어 역대 최고 성적(종합 5위)과 최다 메달(14개)이라는 눈부신 결과를 얻었다. 개최국 캐나다는 금 14개, 은 7개, 동메달 5개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년 뒤 소치에서 밴쿠버의 빛나는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승자는 밴쿠버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패자는 밴쿠버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다시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한다. 2018년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도 숙제로 남았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온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준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알파벳 ‘START’로 돌아봤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Smile]V세대 젊은 영웅들 퍼포먼스도 메달감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모태범(한국체대)은 지난달 16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선물했다. ‘스피드 코리아’를 알리는 신호탄. 모태범은 우는 대신 활짝 웃었다. 태극기를 두른 채 신나게 춤을 췄다. ‘금메달=눈물’이라는 공식을 철지난 유행으로 만든 퍼포먼스였다. 지난달 27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곽윤기(연세대)는 시상대에서 ‘시건방춤’을 췄다. 젊은 영웅들은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Tear]“고개 들어, 괜찮아” 그 눈물 기억하리
4년 뒤 올림픽은 기약할 수 없다. 패자의 눈물은 그래서 더 가슴을 적신다. 지난달 25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 나선 대표팀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기뻐 울던 이은별(연수여고)은 비디오 판독 끝에 실격 통보를 받자 트랙을 돌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5차례나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끝내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빙상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은 “안 되는 일에 도전하는 게 너무 슬펐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Amazing]“아무도 몰라봤던…” ‘스피드 코리아’ 충격

한국은 쇼트트랙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전 대회까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 1개, 동메달 1개에 그쳤던 한국은 밴쿠버에서 금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단숨에 ‘스피드 코리아’로 떠올랐다. 지난달 14일 5000m에서 준우승하며 한국에 첫 메달 소식을 전했던 이승훈(한국체대)은 열흘 뒤 열린 ‘빙상 마라톤’ 1만 m에서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위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왼쪽)와 3위 보프 더용(네덜란드·오른쪽)은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한 이승훈을 번쩍 들어올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Respect]피겨퀸 완벽연기에 “여왕폐하 만세” 찬사

‘피겨 여왕’ 김연아(고려대)의 연기는 완벽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점을,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받아 합계 228.56점으로 우승했다. 피겨 여자 싱글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쇼트, 프리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세계 언론은 위대한 연기, 믿을 수 없는 점수, 밴쿠버의 여왕 등 찬사를 쏟아내며 여왕의 대관식을 축하했다. 미국 NBC의 해설자는 “여왕 폐하 만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의 스무 살 영웅에게 경의를 표했다.

[Top-5]태극전사 5위 활약…전국이 감동의 바다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했을까. 한 손을 쫙 펴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의 순위를 보여줄 수 있으리란 것을. 한국은 여름, 겨울을 통틀어 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5위를 차지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열린 17일 동안 국민들은 즐겁고 행복했다. 집과 사무실, 거리, 역 대합실에서 TV를 보거나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이역만리에 있는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선진국의 잔치였던 겨울올림픽에서 그들이 보여준 성과는 자긍심,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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