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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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거대한 박수가 터졌다. 아사다 마오가 등장할 때였다. 감탄의 환호성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방금 경기를 마친 김연아(20·고려대)의 경이로운 점수를 알려주고 있었다.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아사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가끔 미소를 지으며 몸을 풀었지만 라이벌의 점수는 충격이었다. 김연아를 넘기 위해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54.78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게 4.72점 뒤진 아사다는 역전을 꿈꿨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사다는 2007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게 10.63점 뒤지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열연한 덕분에 김연아를 3위로 밀어내고 은메달을 땄다. 주어진 4분 10초가 흘렀다. 연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던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완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아사다가 김연아와 처음 대결한 것은 2004년 12월. 핀란드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 그 무대였다. 당시 아사다는 김연아를 35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피겨 천재’로 통하던 그에게 이제 겨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연아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주니어 시절 아사다에게 가려 있던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서 만개하기 시작했다. 아사다는 2008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김연아와 3번 만나 모두 졌지만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6년의 시간은 너무 많은 걸 바꿔 놨다.

점수 발표 뒤 아사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은 일본 NHK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터졌다.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였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두 번 모두 성공해 좋았는데 다른 곳에서 실수를 했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늘은 두 명의 ‘피겨 여왕’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사다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다시보기 = 울어버린 아사다 마오 “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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