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조마조마… 새벽잠 설쳐도, 점심 걸러도 신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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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메달-신기록 시민 표정



오전 6시 반 이승훈 승전보

오후 1시엔 김연아 쾌거

대합실-병원-학교 들썩

아파트 전기공사도 1주 미뤄

“어쩜 저렇게 떨지도 않고 잘하나. 정말 감탄만 나와요.”

‘기적의 금메달’로 시작된 하루는 ‘세계 최고기록’으로 이어지며 온종일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24일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이승훈과 김연아의 연이은 활약에 온 국민은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포문을 연 것은 이날 오전 6시 반경 전해진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이승훈의 승전보. 이승훈이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에게 뒤져 은메달에 머무르는 듯하다가 크라머르의 실격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새벽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기적의 금메달’이라며 환호했다. 김정원 씨(25·여)는 “1만 m에는 이번이 겨우 세 번째 출전이라던데 정말 대단하다”며 “잠을 안 자고 경기를 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들은 출근하자마자 이승훈의 극적인 금메달을 화제로 얘기꽃을 피웠다. 회사원 강윤구 씨(29)는 “아침 회의에서도 이승훈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며 “다른 선수를 한 바퀴 이상 제치는 장면을 얘기하며 다들 대단하다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떠들썩했다. 이승훈의 미니홈피도 아침부터 승전보를 축하하려는 누리꾼들로 북적였다. 오후 8시까지 하루방문 수가 14만6000여 명을 넘어섰다. 축하방명록도 3000여 개 가까이 올라왔다. 이승훈을 진정한 우승자라고 여기고 무동을 태운 네덜란드의 동메달리스트 보프 더용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인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새벽부터 이어진 올림픽 열기는 점심 무렵 기다리던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와 함께 ‘최고조’에 이르렀다. 직장인들이 김연아의 경기장면을 보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뒤 TV를 지켜보는 바람에 사무실 주변 식당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후 1시경 바쁜 발걸음이 오가던 영등포역 대합실에서는 김연아의 경기가 시작되자 TV 앞에서 시민들이 숨을 죽였다. 김연아의 바로 앞에서 경기를 펼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73.78점의 높은 점수를 거두자 잠시 대합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어 나온 김연아가 점프를 연달아 성공시키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아사다보다 높은 78.50점의 점수가 발표되자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비의 대형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대기자들도 김연아가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 치우자 “잘했다” “장하다”라며 기뻐했다. 차미순 씨(65·여)는 “오른쪽 다리에 풍기가 있어 긴장하거나 신경 쓰면 더 저린다”며 “경기를 보고 있자니 하도 떨리고 다리가 저려서 볼펜으로 찔러가며 봤는데 점수가 잘 나와 좋다”며 웃었다.

김연아의 모교와 자택이 있는 경기도의 응원 열기는 특히 남달랐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다문화가족, 피겨꿈나무 등 도민 300여 명이 모인 수원시 경기도청 대회의실은 김연아가 1위를 차지하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연아의 모교인 경기 군포시 수리고에서도 재학생 1000여 명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이 체육관과 교실에 모여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다 환호했다.

김연아의 자택 부근에 위치한 군포시 다산아파트는 원래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기 배선공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김연아 경기는 꼭 봐야 하니 전기를 끊으면 안 된다”는 주민들의 쏟아지는 항의에 결국 공사를 1주일 연기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S커피전문점은 김연아의 세계 최고기록을 축하하는 뜻에서 음료수를 주문하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료로 한 잔 더 제공하기도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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