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여기는 밴쿠버!] 0.05초 매직…이상화, 꽃이 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8일 07시 00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적이 연일 터지고 있다. 남자 500m 모태범의 ‘깜짝 금메달’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자 500m 이상화도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 09로 세계기록 보유자인 예니 볼프(76초1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0.05초차…우승후보 볼프 제치고 감격우승

1차시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의 볼프와 17조에 배정됐다. 아웃코스에 자리잡은 이상화는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 움찔했다. 부정 출발.

긴장 속에 두 번째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초반 100m가 약점이었지만 10초34로 통과해 볼프(10초26)에 불과 0.08초 뒤졌다. 그리고 역주를 거듭한 끝에 볼프보다 0.06초 빠른 38초 24에 500m를 주파했다. 전광판에는 중간순위 1위를 알리는 사인이 떴다.

20분간의 정빙 시간 후 2차시기. 마지막 18조에 포함됐다. 상대는 역시 볼프. 앞선 17조의 중국 왕베이싱이 1, 2차 합계 76초63으로 중간순위 1위로 올라섰다. 이상화는 100m를 10초29에 통과했다. 1차보다 빨랐지만 볼프(10초26)에 뒤졌다.

그러나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결승선을 37초85에 끊었다. 볼프(37초83)에 간발의 차이로 뒤졌지만 1, 2차 레이스 합계에서는 76초09로 볼프를 0.05초차로 따돌리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확정했다.

한편 이보라(동두천시청)는 26위(78초80), 안지민(이화여고)은 31위(79초14), 오민지(성남시청)는 32위(79초58)에 그쳤다. 북한 고현숙은 77초47로 선전하며 9위에 올랐다.

한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 빙속의 새역사

이상화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스피드 스케이팅의 새 역사가 줄줄이 작성됐다.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최초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넘어 단숨에 최초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종전 최고 성적은 500m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유선희, 2006년 토리노 대회 이상화가 기록한 5위였다. 또한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 금메달이기도 하다. 이상화 이전 여자부 전종목(500m, 1000m, 1500m, 3000m, 5000m)을 통틀어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1960년 대회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가 추가됐는데 올림픽 역사상 한 국가가 남녀 500m를 동시에 제패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500m는 스피드스케이팅 최단거리 종목으로 육상 100m에 해당돼, 한국은 단숨에 세계 최강 스프린트 강국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 다시보기 =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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