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생활의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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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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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밥하고 5시반에 달리니 몸 튼튼 가정 튼튼

작년 동아마라톤 최우수선수
50대 ‘러닝맘’ 정기영씨

사진 제공 스포츠코리아
사진 제공 스포츠코리아
세월에 밀리고 집안일에 치이는 중년 주부. 늘어나는 주름과 늘어지는 뱃살을 볼 때면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

정기영 씨(52·사진)도 예전에는 그랬다. 두 딸을 키우는 주부로서 제대로 운동을 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요즘 매일 오전 5시 반이면 어김없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뛴다. 1시간 반가량의 달리기를 마칠 때면 태양이 떠오른다. 혹시 집안일은 내팽개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오전 4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정 씨는 지난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9분39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첫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주파)를 달성한 뒤 찾아온 영광이었다.

그는 45세가 돼서야 마라톤을 시작했다. 남들은 하던 운동도 게을리하게 되는 늦은 나이였다. 풀코스 완주는 생각도 못 하고 그저 조금 뛰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작한 지 1년 만에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 50분대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그의 생활은 바빠졌다. 동호회 ‘대전 한마음 마라톤’ 사람들과 함께 월·수·금요일은 충남대에서, 화·목요일은 갑천에서 달리기를 하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한다. 하프코스, 10km 마라톤을 포함해 한 달에 세 번 정도 실전을 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균형 있는 몸을 만들고 있다.

마라톤의 기쁨은 생활의 활력소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남편과 딸들도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특히 딸들은 “다른 친구 어머니들은 중년 여성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이 있거나 자식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 엄마는 매사에 자신감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는 운동을 망설이는 중년 여성들에게 “일단 한번 해보라”고 조언했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달려 보세요. 살 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빠진답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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